지금 한반도에서는 기묘한 두 가지 상황이 대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우선 남한의 관광객 수천명이 북한의 금강산을 구경하고 있는 판에 북한의 간첩선이 강화도 부근에 침투한 도발행위가 일어났다. 또 평북 금창리에서 확인된 지하시설의 핵의혹을 놓고 한국정부의 온건론과 미국정부의 강경론이 대립되는 인상을 보여왔다. 매우 당혹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과 클린턴 미국 대통령간의 한미정상회담은 그래서 우리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다. 양국정상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개발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새로 문제된 평북 금창리 지하시설의 핵의혹이 충분한 현장접근을 통해 해소돼야 한다는데 합의하고,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포용정책과 북·미 제네바합의의 중요성에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두 정상합의가 지금 새로 대두된 북한핵문제를 놓고 양국간의 견해를 조율하게 된 매우 뜻깊은 계기가 된 것을 인정하면서도 본질적인 문제는 이제부터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한미정부는 금창리 지하시설의 핵의혹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북한은 카트먼 특사에게 이 시설의 현장조사 조건으로 3억달러의 대가를 요구했다. 이는 로버트 갈루치 제네바회의 미국측대표가 말했듯이 93년과 94년 영변핵시설을 놓고 벌어졌던 사태의 재판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불러 일으킨다.
더구나 클린턴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코언 국방장관 등이 북한의 핵의혹에 대한 강경론을 펼치는 것이 아무래도 미국이 지하핵시설에 대한 의혹의 단계를 넘은 확증을 갖고 있으며 이로써 대북한정책의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이제 금창리 지하시설의 핵의혹을 푸는 것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양국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부각됐다. 우리는 영변핵사찰문제가 제기된 이후 북한이 보여온 행태를 반추해볼 때 금창리시설을 열어보이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이 시련에 처할 수도 있으며 미국에는 지난 6년간 견지해온 클린턴정부의 대북유화책이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우리는 북한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미·일의 치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하지 않고는 어렵다고 본다. 특히 미국정부의 유화정책이나 우리정부의 햇볕정책을 갖고 북한핵문제를 풀려면 한미간의 틈새를 보여서는 안된다. 또한 북한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포용보다는 철저한 주고 받기식의 협상방식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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