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철강·반도체 불공정행위 거론/무역금융 80억弗·투자단파견 등 약속미국은 우리나라 경제가 조기에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계속하되 통상현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공세를 펼 전망이다.
워싱턴 정상회담(6월)이후 5개월여만인 21일 다시 만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빌 클린턴 대통령은 「경제협력관계 발전」에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차를 보인 것이다.
■본격화하는 통상압력
클린턴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대미 철강수출 급증문제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감소, 미국산 의약품의 수입차별여부 등을 질문했다. 이는 미국업계의 불만사항이자 양국의 대표적인 통상현안이다. 김대통령은 자동차협상 때처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강조한 반면 클린턴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철강 및 반도체 업계에 대한 한국정부의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주문, 통상마찰의 가능성을 남겨뒀다.
클린턴대통령을 수행, 방한중인 윌리엄 데일리 상무장관이 이날 한 조찬모임에서 『아시아국가들이 시장개방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 점을 감안하면 통상압력이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대미(對美)무역수지는 94년부터 4년 연속 적자였으나 올들어 8월까지는 14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지속되는 미국지원
클린턴대통령은 미국 수출입은행(EXIM)을 통해 40억달러의 신용을 공여했고, 2년간 8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재정경제부 당국자는 『미국 수출입은행이 한도 10억달러의 단기수출보험과 총 30억달러의 중장기무역금융을 제공하고 있다』며 『단기수출보험의 경우 3∼6개월 단위로 회전되기 때문에 내년까지 모두 50억달러의 지원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곧 신규자금이 추가로 유입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내년까지는 올해 수준의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의미여서 관련 업계는 반기고 있다.
또한 데일리 상무장관을 단장으로 한 무역투자사절단을 내년 한국에 파견하고, 전자상거래 및 컴퓨터의 2000년 표기문제(Y2k)에 긴밀하게 협조하기로 한 것 등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클린턴대통령이 한국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미흡하다는 미국내 시각을 전하면서 김대통령의 개혁작업에 힘을 실어준 것이나, 한미투자협정을 조기에 체결키로 한 것 등은 「지원」과 「압박」의 양면을 지닌 것이어서 주목된다.<정희경 기자>정희경>
◎정치인 ‘민주주의 포럼’ 추진합의 눈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의 정상회담 합의중 정치인들의 민주주의 포럼을 주최키로 하는 등 「아시아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발전을 위한 공동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추진키로 한 대목은 각별히 눈길을 끈다. 한국정부가 미국의 민주주의 수출, 또는 해외에서의 인권운동을 공식적으로 지원하고 나서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측은 『한미 양국이 안보 동맹국일뿐 아니라 공통의 이념을 추구하는 이념적 동반자임을 확인하고, 이를 실천에 옮긴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한국측 세종연구소와 미국측 민주주의 재단(NED)은 공동주관기관으로서 자유로운 정보소통, 법의 지배, 개인의 선택, 재산권 보호, 데이터에 대한 접근, 기업가 정신 등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핵심 요소들을 아시아 지역에 보급하기 위한 세부 행사계획을 마련해나갈 예정이다.
이같은 합의의 배경에는 미국측이 김대통령과의 특별한 우의를 과시함으로써 상대적으로 관계가 소원한 다른 아시아국가지도자들에 메시지를 보내겠다는 의도 있는 것같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번 프로그램의 기본구상은 한국측에서 나왔으나 실질적으로는 미국측의 적극적인 제안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유승우 기자>유승우>
◎클린턴 美軍 사격장 방문 對北경고인듯
방한중인 클린턴대통령은 22일 오전과 오후 전후방의 주한미군부대를 잇달아 방문한다. 낯선 이국땅에서 고생하는 미군장병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번 부대방문은 파격적인 일정이 예정돼 있어 이채롭다. 클린턴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미군부대 영내교회에서 간단한 일요예배를 마친 후 곧바로 포천 종합포사격훈련장(KTC)으로 직행한다.
KTC는 동두천에 있는 미8군 보병2사단 전용사격장. 클린턴대통령은 이곳에서 주한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각종 첨단화력무기의 사격시범을 참관하고, 특히 대규모 기갑부대의 기동훈련과 신형 탱크의 가공할 화력도 직접 확인할 예정이다.
미대통령이 방한중 단순한 부대방문을 넘어 미군들의 훈련을 참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카터대통령이 79년 방한시 동두천 미2사단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장병들과 조깅을 했고, 클린턴대통령도 93년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찾아가 『북한이 핵을 개발한다면 북한은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강경한 대북경고발언을 한 적은 있었지만 훈련장을 찾지는 않았다. 정부관계자는 『당초 한미정상이 군사분계선을 함께 찾아가 대북경고성 행사를 가질 계획이었으나 경호상의 문제등을 감안, 취소했다』며 『클린턴대통령의 화력훈련장 참관은 핵시설의혹과 관련, 북한에 대한 또 다른 의미의 경고성 행사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윤승용 기자>윤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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