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불단행(禍不單行)이란 재앙은 겹쳐서 온다는 뜻인데, 지난 하루 이틀 사이 남북관계에 벌어진 일들은 이 단어를 실감시킨다. 금강산관광객들에 대한 선별입북 시비와 이 와중에 일어난 서해 간첩선 사건도 놀랄 일인데, 북한 금창리의 지하 핵시설 의혹은 뭔가 불길한 느낌마저 준다. 비록 재앙은 아니더라도 안 좋은 일들이 동시다발로 쏟아지니 어지럽고 혼란스럽다. 북한은 변칙게임에 능하고 그만큼 다루기가 까다로운 존재임을 다시 알겠다.이에대한 김대중 대통령의 상황 판단과 인식은 확고한 듯하다. 김대통령은 중국방문과 아태경제협력체회의 참석후 귀국해 『남북간에는 이런 일들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당황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대북 햇볕정책 기조를 견지한다는 뜻으로 이같은 정경분리의 포용책은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재확인됐다. 한미간에 북한 핵의혹에 대한 입장 차이가 있는 듯했던 사정에 비추어 정책인식의 일치는 다행스럽다.
정경분리 원칙은 일관성있게 추진될 때만이 결실을 거둘 수 있다. 경제원리가 정치적 돌발상황에 휘둘릴 수 있는 여지는 항상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예측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북한을 상대로 하다 보면 일관성의 유지는 말처럼 쉽지가 않다. 조선일보기자와 통일부직원들의 금강산관광을 허용하지 않았던 데서 보듯이 합의된 원칙도 「과감히」 무시해 버릴 수 있는게 북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인내지만 인내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마치 북한은 이런 한계를 시험해 보려는 듯한 행동을 불쑥불쑥 해 보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화를 내야 할 때 제대로 화를 내 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 때도 있다. 국제관계에서는 서로 신호를 잘못 읽어 생기는 분규나 불화가 적지 않다. 잠수정침투사건 당시 우리측은 사과를 요구했지만 북한은 아직껏 요지부동인데, 또다시 우리 영해로 간첩선이 침투했다. 일관성은 응징에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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