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저렇게 말 잘하는 사람 처음봤다”/클린턴 퇴임후 계획묻자 “환경운동 바라”/섹스폰연주 요청에 “마우스피스 없다” 사양/미스코리아 4명·가수 등 만찬 참석 눈길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21일 오전 청와대 본관 2층 접견실에서 50여분간 단독회담을 가진뒤 옆방인 집현실로 자리를 옮겨 주요장관들이 배석한 가운데 40여분간 확대정상회담을 가졌다. 이어 두 정상은 별도로 점심식사를 한뒤 오후 1시50분부터 45분간 내외신 기자의 질문을 번갈아 받는 형식으로 공동기자회견을 했다.
○…이에 앞서 클린턴 대통령은 숙소인 하얏트호텔을 떠나 예정시각보다 11분 늦은 11시1분께 청와대 본관에 도착, 현관에서 영접한 김대통령과 반갑게 악수를 나누며 영어로 인사를 나눴다. 이어 클린턴 대통령은 방명록에 「민주주의의 진정한 수호자와 함께 한미 양국의 우의를 다지기 위해 이 곳을 다시 방문하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It is an honor to be back here with the friendship between our nation and Korea moving forward with the leadership of a true champion of freedom. William J. Clinton)」라고 서명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김대통령이 방명록 상단에 미리 쓰여있던 「윌리엄 제퍼슨 클린턴 미합중국 대통령 방한 1998.11.21」이라는 한글 문구를 읽어주자 클린턴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양국정상은 이어 승강기를 이용해 2층 접견실로 이동, 서로 회담 배석자를 소개하고 인사말을 주고 받은 뒤 곧바로 단독회담에 들어갔다. 인사말에서 김대통령이 『클린턴 대통령이 오지 않는다고 해서 몹시 실망했다가 다시 온다고 해 믿음을 확인했다』고 하자 클린턴 대통령은 『고맙다』고 화답했다.
단독회담에는 한국측에서 임동원(林東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홍순영(洪淳瑛) 외교통상장관, 이홍구(李洪九) 주미 대사, 송민순(宋旻淳) 외교비서관이, 미국측에서는 더그 소스닉 백악관 전략담당선임자문관, 스탠리 로스 동아태 차관보, 새뮤얼 버거 백악관 안보보좌관, 스티븐 보스워스 주한 미 대사가 배석했다.
○…낮 12시45분께 단독 및 확대정상회담을 마친후 김대통령과 우리측 배석자들은 청와대 본관 2층 백악실에서 비빔밥을, 클린턴 대통령과 미국측 배석자들은 1층 인왕실에서 간단한 양식 뷔페를 먹으며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40여분의 식사시간동안 김대통령은 『나도 말을 잘한다는 소리를 듣지만 클린턴 대통령처럼 저렇게 말 잘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며 회담결과에 대해 시종 흡족해하는 모습이었다고 박지원(朴智元) 청와대대변인이 전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이규성(李揆成) 재경부 장관에게 『고어 부통령도 그랬지만 클린턴 대통령도 재벌 얘기를 하더라』며 재벌 개혁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환영만찬은 미국측 일정의 차질로 클린턴 대통령의 청와대 도착이 지연되는 바람에 20여분 늦게 시작됐다. 하지만 만찬은 두 정상이 서로를 연신 치켜세우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저녁 7시20분부터 3시간 가까이 진행됐고 김대통령이 클린턴 대통령의 퇴임후 계획을 묻는 등 격의 없는 얘기가 오갔다. 클린턴 대통령은 『도서관을 설립해서 공직에 뜻을 둔 젊은 이들의 진출을 돕고 싶다』면서 『세계분쟁 해결이나 지구온난화 해결 등 환경운동에 기여를 기회가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김대통령이 『섹스폰 연주를 할 수 있느냐』고 청하자 클린턴 대통령은 『마우스 피스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사양했다.
이에 앞서 김대통령은 만찬사에서 『오늘 정상회담에서도 그랬지만 나는 각하와의 대화가 언제나 타결점을 향해 순조롭게 나아가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에 클린턴 대통령은 답사에서 『지금은 한국이 정부수립 50주년을 맞아 김대통령께서 제창하신 제2의 건국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의 순간』이라고 화답했다.
참석자들은 만찬후 1층으로 자리를 옮겨 화관무등 민속공연과 소프라노 박미혜 경희대 교수의 「그리운 금강산」등 독주를 30여분간 관람했다. 만찬에는 김종필(金鍾泌) 국무총리를 비롯한 3부요인,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 등 정당대표, 경제 노동계 학계 종교계 시민단체 대표등 18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98 미스코리아 진·선·미인 최지현 이재원 최윤희씨와 전 미스코리아 진 한성주씨, 영화배우 강수연, 가수 엄정화 유열, 연극배우 손숙씨 등도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미국측에서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클린턴 대통령을 수행한 해럴드 고(한국명 고홍주·高洪株) 국무부 인권담당 차관보의 어머니 전혜성씨도 자리를 함께 했다.<홍윤오·고태성 기자>홍윤오·고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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