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 3시간여 입체작전 불구 北 도주 허용/‘주요 침투로’ 해안경계·작전 허술 또 드러내북한 간첩선이 20일 새벽 북방한계선을 넘어 강화도 해상에 침투했으나 군당국은 접안시도때까지 간첩선을 발견하지 못한데다 3시간여의 추격전에도 도주를 허용, 서해안 경계태세및 대간첩 작전에 또 다시 허점이 노출됐다.
▲침투
19일 오후 무장간첩 침투 및 고정간첩 대동월북의 임무를 띠고 북한 「불당포」를 출발한 간첩선은 20일 새벽 인천 강화군 화도면 장곶서쪽 2.7㎞지점에 도달했다. 이때까지도 우리해군의 레이더와 해상감시선은 간첩선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이번 간첩선 침투지역은 92년 적발된 「남한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총책 황인오(黃仁五)와 북한 거물간첩 이선실(李善實)이 90년 10월 대동월북할 당시 루트로 이용했던 곳에서 불과 5㎞ 떨어진 지점이다.
▲발견 및 초기대응
해안경계중이던 해병대 2사단소속 초병은 20일 0시55분께 간첩선이 은밀히 바위틈을 오가며 접안을 시도하는 것을 야간감시장비로 포착했다. 보고를 받은 부대장은 전부대에 비상을 걸고 해군의 고속정과 해경 경비정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작전을 총지휘하는 합동참모본부에는 간첩선 발견후 2시간이 지난 오전 2시50분에야 상황이 보고돼 육·해·공군의 입체작전을 초기에 전개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했다.
▲추격
간첩선에서 공작요원이 내리기만을 기다리다 여의치 않자 부대장은 오전 1시45분 조명탄을 터뜨리고 M60기관총, 4.2인치 박격포, 40㎜해안포로 위협사격을 하며 퇴로를 차단했다. 해군도 링스(LYNX)대잠헬기와 UH1H, 500MD헬기를 출동시켜 조명탄을 터뜨리고 고속정 편대와 해양경찰의 경비정이 북으로 도주하는 간첩선을 추격했다.
▲도주
특수제작된 간첩선은 우리 해군함정이 수심이 얕은 해상에서는 신속하게 이동할 수 없다는 약점을 이용, 도주로를 강화도 서쪽 석모도앞 수심 0.5∼2m깊이의 해상으로 택했다. 간첩선은 시속 7노트의 느린 속도로 북상했지만 우리 해군의 고속정과 경비정은 아예 접근조차 할 수도 없었다. 조석간만의 차가 심하고 개펄이 많은 서해안을 경계하면서 얕은 수심에 적합한 장비도 없었던 것이다. 오전 5시9분 3시간여의 추격전에도 불구, 간첩선은 북방한계선을 넘어 대기중이던 북한선박에 합류했다. 간첩선을 코앞에서 놓치는 순간이었다.<정덕상 기자>정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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