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예술작품 중에는 금강산을 배경으로 한 것이 많다. 일제시대와 광복 후의 삶을 대비시킨 혁명가극 「금강산의 노래」도 그 중 하나다. 나라를 잃고 금강산에 숨어 살던 사람들은 쓰라림 속에 광복의 염원이 담긴 노래 「금강산에 선녀들이 내린다 하지만」을 부른다. <금강산에 선녀들이 내린다 하지만, 눈물 고인 나의 눈엔 보이지 않네. 이 강산에 무지개가 비끼는 그 날엔, 우리 아기 곱게 자라 땅 우에 선녀 될까…> ■여기서 선녀는 유명한 전설 「나무꾼과 선녀」의 주인공이다. 사슴의 도움을 받아 선녀와 결혼한 나무꾼은 아이 둘을 낳은 후 아내의 날개옷을 보여 준다. 아내는 그 옷을 입자 두 아이를 양겨드랑이에 끼고 하늘로 올라간다. 나무꾼은 다시 사슴의 도움을 받아 두레박을 타고 하늘나라로 올라가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이다. 금강산 문주담을 배경으로 한 이 전설은 19세기 중엽 이후 고쳐졌다. 이 부부가 금강산이 그리워 다시 내려와 사는 것으로 결말이 바뀌었다. 금강산에>
■발길 닿는 곳마다 절경인 금강산은 박씨부인, 사명대사, 마의태자 등이 등장하는 수많은 전설을 안고 있다. 북한학자들은 50편 정도의 전설을 채록했다고 한다. 전설은 현실적 소망을 반영하며 윤색되거나 탄생하기도 한다. 탄생 연도가 1944년인 「암파(暗破)전설」도 있다. 일제 통치가 가혹하던 어느날 밤 삼일포 금강문 쪽에 뇌성벽력이 요란했다. 이튿날 사람들이 가보니 큰 바위가 갈라져 「암파」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일본경찰이 크게 놀라 글씨는 지웠으나 사람들은 일제패망이 임박했음을 굳게 믿었고 이듬해 광복이 실현되었다는 내용이다. 전설처럼 소 1,001마리가 북으로 가고, 바다를 통해 금강산 관광길이 열렸다. 1,300여명이 탄 관광선 한 척은 19일 북한 장전항에 도착해서 역사적인 금강산 관광을 시작했고, 또 한 척은 20일 동해시를 떠났다. 「어둠이 깨진다」라는 암파전설 처럼 그 관광길이 마침내 통일로 이어지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