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에 관한 제네바 협정체제가 좌초위기를 맞고 있다. 북핵의혹 해소를 위해 북한방문을 마치고 내한한 찰스 카트먼 미 한반도 평화회담특사가 북한의 금창리 지하시설이 핵활동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믿을 만한 강력한 증거(Compelling Evidence)」가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사실이라면 이는 제네바 핵합의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중대한 문제일 뿐 아니라 한반도 주변정세에도 큰 파장을 불러올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어제 방한한 클린턴 미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는 가장 핵심적인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이미 한미 양국은 금창리 주변의 핵 복합단지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나온 여러 증거물에 대해 공동분석까지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물질에서 핵원료인 플루토늄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고, 따라서 이 시설이 핵시설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의 김덕룡의원도 지난달 23일 통일외교통상위의 통일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사실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공식적으론 이 문제에 대해 확증이 없다는 말로 「단정」을 피하고 있다. 정부의 신중한 처신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의 보도대로 금창리 핵의혹의 결정적 증거물 확보에 큰 공을 세운 우리 정보기관원들이 훈장까지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더이상 주저해서는 안된다. 사실을 사실대로 공개해서 북한으로 하여금 핵사찰을 받도록 국제적 압력을 결집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일은 북핵의혹을 둘러싸고 한미간에 생길 수 있는 이견이다. 미국은 금창리 시설이 핵관련시설로 판명될 경우 군사적 응징도 불사한다는 강경한 자세다. 반면 우여곡절 끝에 금강산관광을 실현시킨 정부는 이 문제로 해서 대북 포용정책이 손상받거나 긴장이 조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분위기다. 이런 와중에서 「민수용시설을 핵의혹시설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북한을 모독하는 행위」라며 사찰의 대가로 미국에 3억달러의 금전적 보상과 식량 의약품지원을 요구하는 북측의 태도는 어이가 없다.
정부는 한반도 운명과 7,000만 민족의 생존이 걸린 이 문제에 대해 면밀한 검토와 분석을 해야 한다. 특히 클린턴대통령을 맞아 빈틈없는 한미공조로 해결책을 모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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