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반도체 2조투자직전 포기/E마트할인점 돌풍 매출 63% 늘어/남양유업빚 모두갚고 꾸준히 흑자국제통화기금(IMF)체제라고 모든 한국기업이 망하거나 오그라든 것은 아니다. 부도로 쓰러진 기업들이 IMF체제의 「음지」였다면 일부이기는 하지만 「IMF체제의 양지(陽地)」로 불려도 좋을만큼 호황을 누리거나 IMF의 혜택을 톡톡히 본 기업도 있다. 물론 이들 「양지 기업」들은 IMF체제를 사전에 예견했건, 안했건 간에 IMF한파를 극복할 돌파력(낮은 금융비용, 과잉투자 기피)을 갖고 있는 기업이었다.
■IMF가 차단한 과잉투자(동부그룹)
『IMF가 우리를 살렸다』 요즘 동부그룹 직원들은 「IMF체제가 전화위복이 됐다」는 말을 나누곤 한다.
동부그룹은 IMF행을 불과 20여일 앞둔 지난해 11월5일 총 투자비가 2조원을 넘는 반도체사업에 진출한다고 선언했다. 당시 발표된 투자계획에 따르면 6,000억원만 자기자본이고 나머지(1조4,000억원)는 국내외 금융기관에서 조달할 방침이었다. 동부측으로부터 7,000억원의 융자신청을 받은 산업은행 관계자들은 융자여부를 놓고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그러나 모든 고민을 IMF가 단번에 해결했다. IMF행이 선언되면서 누구도 「반도체 투자」의 「반」자도 꺼내지 않게 되었고 동부는 그 때문인지 IMF이후 1년을 다른 그룹보다 순탄하게 보낼 수 있었다. 물론 동부그룹 관계자들은 『IMF이전에도 부채비율(290%)이 30대 재벌중 가장 낮았다』며 자신들이 자생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IMF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과잉투자를 방지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고 있다.
■알뜰소비로 일어선 회사(E마트·농심)
IMF로 소비수준이 8년전으로 되돌아간 국민들이 「알뜰소비」에 나서면서 불황속의 호황을 누린 기업도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할인점 체인인 E마트가 바로 그런 기업이다. 98년 한해동안 백화점업계의 매출이 20%이상 줄어들었지만 E마트만은 매출액이 오히려 62.9%나 상승했다. 실제로 신세계측에 따르면 97년의 경우 백화점부문(1조1,204억원·61.7%)의 절반에 불과했던 E마트 매출이 올해는 거의 대등한 수준(1조1,354억원·45.7%)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8,891억원)보다 매출이 22.4%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농심도 입맛 바뀐 소비자들을 고마워하고 있다. IMF체제로 전산업에 걸쳐 소비가 크게 위축되었지만 소비자들이 「값싼 먹을거리」인 라면으로 몰리면서 유독 라면업계만은 10%가 넘는 성장세를 유지했다. 농심관계자는 『부채비율이 260%로 낮은 것도 큰 힘이 됐다』고 강조하고는 있지만 농심의 승승장구는 낮아진 소비수준이 가장 큰 이유이다.
■낮은 부채비율만이 살길(남양유업)
지난달말 상업은행 종로지점 대출담당 직원은 전표를 마감한뒤 깜짝 놀랐다. 예정에도 없이 남양유업이 40억원을 입금, 은행차입금을 모두 갚았던 것이다. 이날 남양유업은 상업은행은 물론,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금융부채 180억원도 모두 갚은뒤 「무차입경영」을 선언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농림부장관이 밥에 우유를 말아 먹을 정도로 우유소비가 불황이지만 남양유업만은 매출액대비 경상이익률을 6.4%로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모두 낮은 부채비율때문』이라고 설명했다.<조철환 기자>조철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