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전 부총재가 19일 이회창(李會昌) 총재를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여타 비주류와 달리 나름의 당내 역할을 모색해온 그가 어떤 결론을 내린 듯한 느낌이 곳곳에 배어있었다.김전부총재는 이날 자신이 이끄는 「21세기 국가경영연구회」 세미나 인사말을 통해 『당 개혁추진위가 마련한 당헌 개정안은 당의 단합도모가 아닌, 당권강화로 가고 있다』며 『집권여당에게는 독선·독주하지 말라면서 정작 우리 스스로는 독선과 독주의 길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또 『(이총재가) 영수회담에서 동지들을 표적사정으로부터 보호하지도 못했으면서 청문회나 합의해 준 것은 아닌지 분명히 해야 한다』며 『우리당 의원들의 전열을 흐트러뜨리고 야당으로서의 위상도 모호하게 하는 일이 반복되어선 안된다』고 못박았다.
한 측근은 『그동안 참아왔던 이야기를 한 것일 뿐』이라며 『이런 상황이라면 전국위원회 이후 당 결속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전부총재는 당분간 당 일에 일체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총재) 혼자 하겠다면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혼자 져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그는 이날 당헌·당규개정안 의결을 위한 당무회의에 불참했다. 당무회의에는 김윤환(金潤煥) 이한동(李漢東) 이기택(李基澤) 전 부총재도 나란히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당지도부 구성을 둘러싼 당내갈등의 내연(內燃)도가 만만찮음을 보여주었다. 신상우(辛相佑) 국회 부의장 역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영수회담의 예를 들며 이총재의 「미숙한 정치력」을 언급, 민주계를 비롯한 비주류측의 불만을 에둘러 표현했다. 이회창 체제의 험로(險路)를 그대로 드러낸 날이었다.<홍희곤 기자>홍희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