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가칭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등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전교조의 합법화는 이 단체의 교육민주화를 위한 노력을 생각할 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과는 별개로 법률의 현실적합성 확보라는 관점에서 이 법안이 드러내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없다.문제의 핵심은 정부가 이 법안을 입안하면서 교원노조로 하여금 근로조건과 보수에 대해서 노동관계법상의 교섭창구를 맡도록 하는 대신, 교총과 같은 교원단체들(이하 전문직교원단체)은 교육정책에 대해서 교원지위법상의 협의 창구를 맡도록 하는 이원화 방침을 취한 점이다. 이같은 구상은 교육계와 교원단체의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단견으로 결코 종국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이렇게 된 것은 정부가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사항인 전교조 합법화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 전문직 교원단체들의 법적 위상을 설정하는 문제를 과소평가하여 대안을 마련하는데 소홀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교조가 합법화하면 이 단체의 교육정책협의 활동을 제한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한국교총의 지위법상 근무조건 교섭을 막기도 어렵다. 이번에 확정된 법안과 기존의 교원지위법상의 교섭협의법제를 면밀하게 검토해보면 양자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노조형태의 교원단체에게만 단체교섭권을 부여하고 전문직 교원단체의 교섭권을 박탈한다면 전교조와 이념 및 방법을 달리하는 교원단체들의 존립 혹은 설립을 원하는 다수 교원들의 의사와 배치하는 것이다.
이처럼 단체의 실질을 보지 아니하고 외형적 형태에 따라서 이것을 제약하려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 이번 기회에 노동조합이라고 하는 이름 유무에 관계없이 교원단체들이 원하는 경우 동일한 법에 의해 교섭도 하고 협의도 할 수있는 단일한 틀을 마련하여야 한다. 교육계에는 전교조를 지지하는 교사들뿐만이 아니라 전교조와 지향점이 다른 상당수의 교사들이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이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 역시 전교조 합법화 못지않게 중요하다.
외국의 입법사례를 보아도 그렇다. 세계의 다수 국가가 교원들의 노동기본권 행사를 허용하되 그 행사 주체를 노동조합이라는 이름을 가진 단체에 한정하지 않고 있다. 단적인 사례가 미국의 교원단체법제이다. 전문직주의를 표방한 전국교육협회(National Education Association)는 Association을, 노조주의를 표방한 미국교원연맹(American Federation of Teachers)은 Federation을 사용하고 있다. NEA가 노동조합(union)을 이름에 붙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지만 AFT가 이것을 전면에 내걸지 않은 것도 인상적이다. 대부분의 주들은 교원단체교섭법 혹은 공무관계단체교섭법을 통해 이들에게 공히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노동법 체계가 그들 나라와 다르며, 노동조합이 아닌 전문직 단체에게 어떻게 노동기본권을 인정하느냐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그것의 향유주체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며, 정부와 노동계 국회가 교직의 특수성을 인식하여 닫힌 사고를 여는 것이다.
교직을 원래 노동직으로 보아온 구미의 경우에도 그것이 가진 또 다른 특성으로서의 전문직성을 인정하여 이와 같은 법제를 존중하고 있다. 하물며 스승 존중의 풍토가 남달리 오래된 전통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이것이 곤란하다는 것은 독선이 아닐 수 없다.
정부와 국회는 법안을 다시 검토하고 수정하여야 할 것이다. 법의 명칭을 지금과 같이 할 것이 아니라 「교원의 단결 및 단체교섭에 관한 법률」로 하고, 노동조합법 제7조의 예외를 인정하여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의 주체를 이 법과 이 법에 의하여 노동조합법의 적용을 받고자 하는 「교원단체」로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교육법>교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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