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소환조사 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야당의원들이 다시 여론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18일 김태정(金泰政) 검찰총장이 「원칙」에 입각한 사법처리 방침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김총장은 『비리혐의가 확실한데도 현역 의원이라는 이유로 처벌하지 못한다면 법의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검찰은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하지 않고 사정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정기국회가 폐회되는 18일 이후에는 소환요구를 받아온 상당수 여야의원들이 사전 구속영장에 의해 줄줄이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이 대목에서 소환 대상자들은 최근의 「상황변화」를 찬찬히 되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10일 여야 총재회담이 열림으로써 대결 일변도로 치닫던 정국의 큰 흐름은 일단 화해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선출직 공직자, 즉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불구속 수사가 좋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 검찰이 당장 이같은 정치권의 기류변화에 부응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나름의 기준에 따라 엄정한 수사를 해왔다고 자부하고 있는 검찰에게 하루 아침에 이를 뒤집으라는 강요는 『검찰의 간판을 내리라』는 말과 다름없다. 여기에 총재회담의 「밀약설」에 대한 여론의 의구심도 검찰의 운신폭을 좁히는 외적 요인이다. 이런 점에서 김총장의 발언은 검찰총수로서 마땅히 해야 할 「당연한 얘기」로도 들린다.
사정이 이렇다면 소환 대상자들은 이제 「표적탄압」만 외칠 게 아니라 검찰의 「위신」을 살려주면서 여야간 해빙무드를 탈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당당히 검찰에 출두해 흑백을 가리는 것이 명실상부한 정국정상화는 물론 본인을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이들은 개별적 출두를 불허한 당론등을 소환불응의 이유로 들고 있지만 당이 입장을 바꿔 자신들의 등을 떠밀 수 없다는 점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언제까지 「방탄 국회」에 숨어 정국의 발목을 잡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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