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금융라운드’를 열자/朴英哲 고려대 교수·경제학(한국논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금융라운드’를 열자/朴英哲 고려대 교수·경제학(한국논단)

입력
1998.11.19 00:00
0 0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경제가 작년에 금융위기를 맞아 불황 속을 헤매어 온지도 이제는 1년이 넘고 있으나 아직도 환란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IMF의 처방이 옳았던지에 대해서는 이론(異論)만 요란할 뿐 속시원한 대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외환위기가 터졌을 초기단계에는 비난의 화살이 모두 동아시아 국가에 집중되었다. 금융이 낙후되어 있고, 기업의 부채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시장이 개방되지 않고 정부의 간여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풍토에서 번창해 온 정실자본주의가 바로 위기의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IMF도 정실자본주의의 폐해를 제거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 정책의 틀을 잡아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정은 바뀌고 있다. 동아시아 국가에 무작정 돈을 빌려주었다가 어느날 갑자기 자금을 회수해 간 선진국의 국제상업은행, 투자은행, 그리고 맹목적으로 이들을 뒤쫓아 다녔던 군소은행들의 무모하기까지 한 자금운영과 투기를 일삼아 온 기금운영자들이 금융시장을 불안케하는 중요한 원인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들이 환란의 주범 내지 공범으로 몰리면서 금융기관의 규제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제는 국제금융의 관리체제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요즈음 거론되고 있는 체제개편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첫째는 세계의 최종대부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세계중앙은행을 설립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이다. 현 단계에서는 그러한 기구가 필요한지도 불분명하지만, 설립한다면 누가 자금을 지원할 것이며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로, 국가간 서로 다른 금융기관의 회계제도와 건전성 규제의 기준을 통일하고 경영투명성을 확보하여 범세계적으로 금융기관의 감독을 통일·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셋째로, 단기자본 이동의 규제와 고정·변동환율제도의 선택에 대한 해묵은 논쟁이 결론을 보지 못하고 있다.

위에서 지적한 모든 논의는 결국 IMF중심의 국제금융제도가 국제금융시장과 참여자들을 관리하는데 역량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즉 금융의 자유화·개방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현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관리·감독체제는 형성되지 않고 있으며 바로 이러한 괴리가 여러 지역에서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제금융체제의 개편은 이해 당사자들인 선·후진국이 함께 모여 금융자산의 거래, 금융서비스 시장의 개방, 금융감독의 통일 등에 관한 협상을 벌여 타결할 과제이다. 그러나 무역부문과는 달리 아직은 그러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무역의 관리체제로서 1947년에 GATT가 설립된 이후 관세인하와 무역의 자유화를 위한 협상이 계속되다가 1960년이래 라운드라는 명칭을 붙여 네번이나 열렸고 이제는 다시 새 라운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금융의 자유화·개방은 80년대 초반부터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주도하여 가속화하고 있으나 IMF중심의 현 체제는 WTO에 상응하는 개방·자유화 관리기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국제금융의 관리체제가 취약한 여건하에서 외환위기는 언제 어디에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절도(節度)없이 추진되어 온 금융시장의 개방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당사자들이다. 이 때문에 이들 국가는 힘을 모아 국제금융체제의 개편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선·후진국이 모두 모인 협상의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즉 무역라운드에 견줄 수 있는 금융라운드, 예를 들어 「서울 혹은 방콕 금융라운드」를 출범시켜 새로운 국제금융의 관리체제 구축의 주역이 되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