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고서만 수천권 넘을거요”/1,500여년 동안의 기록들을 시대·장르별 정리/“개인소장 자료 못봐 아쉬움 누락분 보충 계속할터”원로 미술사학자 진홍섭(秦弘燮·80) 연세대 용재석좌교수가 우리나라 미술사 관련 기록을 총망라한 「한국미술사자료집성」(전7권·일지사)을 최근 완간했다. 학문적인 열정과 헌신, 개인적인 땀과 노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방대하고도 치열한 작업이었다. 마지막으로 출판된 책은 제6권 조선후기의 회화편과 제7권 조선후기 건축·조각·서사(書寫)·공예편. 제1권인 삼국시대부터 고대시대까지의 자료집이 87년 발간된지 11년만이다.
그는 지난 10여년동안 고문서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갔다. 『그동안 열람한 고서는 수천권이 넘을 겁니다. 접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처음부터 일일이 훑어보고 필요한 기록을 발췌해 시대별 장르별로 정리했어요』. 제6권의 경우 「영조실록」등 역사서, 「대사기」(大史記)등 야사(野史)류, 「영희전지」(永禧殿志)등 의궤·등록(儀軌·謄錄)류, 그밖에 문집 지리지등 고서 1,000여권을 열람했다. 1,500여년 동안 흩어져 있던 우리 미술사를 후학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일목요연한 자료집으로 집대성할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집념 덕분이었다. 아쉬움도 남는다. 『개인소장자의 자료를 열람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어요. 결국 전국에 흩어져 있을 엄청난 양의 자료는 손도 못댄채 책을 만든 셈이지요』. 그래서 그는 정부나 문화단체가 나서 개인 소장도서의 내용을 포함한 보다 완벽한 자료집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된다면 백과사전에 비길 바가 아닙니다』.
그에게는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시간나는 대로 누락된 자료를 보충하는 「보유편(補遺篇)」과 총색인 및 자료목록을 또 다시 책으로 만들 계획이다.
『원로한학자 임창순(任昌淳)씨등 지인들의 도움과 출판사의 안목이 없었으면 힘들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미술의 흐름과 역사를 그야말로 종합적으로 음미할 수 있었다는 점이 무척 기쁩니다』. 노교수의 표정은 해맑았다.<김철훈 기자>김철훈>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