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햇볕정책은 안보·화해 병행”/고어“재벌 구조조정 큰진전 없어”김대중 대통령은 17일 앨 고어 미국 부통령을 콸라룸푸르의 POGH호텔에서 50여분간 면담하고 대북 포용정책과 양국 교역현안, 환경문제 등 상호관심사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 다음은 대화요지
◇경제문제
고어 부통령=한국 철강의 대미(對美)수출이 급증하고 우리 철강업계에서 불공정한 보조금 지급이 있지 않은가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 쇠고기의 대한(對韓) 수출은 급감하고 있습니다.
김대통령=정확한 내용을 귀국후 알아보겠습니다. 내가 대통령을 하는 한 불공정 무역은 없습니다. 쇠고기는 경제가 어려워져 육류 소비가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양국간 자동차협상을 타결했듯이 협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고어 부통령=대기업의 구조조정이 큰 진전이 없습니다.
김대통령=우리사정을 어떻게 잘 아십니까.(웃음) 6∼30대 기업은 사실상 재벌이 해체되기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5대그룹이지만 5가지 합의중 경쟁력있는 기업중심으로 재편하는게 완전히 안되고 있습니다. 연말까지 하지 않으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해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북한문제
김대통령=소를 북한에 1,001마리나 보냈습니다.(웃음) 우리는 단순한 햇볕정책이 아니라 철저한 안보 태세속에 화해노력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함께 있습니다. 지하핵시설 의혹과 미사일 발사는 부정적인 것이고, 남북경협에 김정일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사회주의헌법에 시장경제적 요소를 도입한 것은 긍정적입니다. 지금 4자회담 후에 두번째로 판문점 장성회담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고어 부통령=중국 지도자들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의사가 있습니까.
김대통령=중국도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에 석유나 식량을 가장 많이 지원하는 나라이므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우리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상당한 이해와 지지를 표시했습니다.
고어 부통령=햇볕론에 항상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환경문제 등
고어 부통령=기후협약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십니까.
김대통령=경제발전이 지연되는 한이 있더라도 환경보호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고어 부통령=한국의 개혁을 높이 평가합니다. 김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영웅이며, 늘 배우려는 자세로 임합니다.
김대통령=고어 부통령을 생각할 때 비전을 가진 미래의 지도자, 정보화시대를 열어가는 지도자, 환경문제에 정성과 성의를 가진 지도자라는 3가지를 늘 떠올립니다. 정치적 장래에 행운이 있기를 바랍니다.
고어 부통령=녹음기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웃음) 내일 바틱(말레이시아 전통상의)을 입을 것입니까.
김대통령=주최국에 대한 예의상 입어야지요.<콸라룸푸르=유승우 기자>콸라룸푸르=유승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