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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년전 아내 사랑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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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년전 아내 사랑 편지

입력
1998.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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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나오려하면 밤중이라도 즉시 달려갈테니…/달성 하씨부인묘서 155편 발견후 복원/가족 사랑·임진왜란직후 사회상 담아『정녜 정년이 절대로 밖에 나가 사내애들과 같이 못놀게 하소. 내가 있을 때는 아무려나 무던하지만…. 아기가 나오려고 움직이거든 부디 즉시 사람을 보내소. 밤중에 와도 즉시 갈 것이니. 즉시 오면 비록 종이라도 큰 상을 내릴 것이오』

임진왜란 직후인 17세기 초반의 피폐한 사회상과 한 가족의 생활사등을 보여주는 편지 155편(한글 150편, 한문 5편)이 발견돼 현대어로 복원됐다.

편지들은 1602∼52년 망우당(忘憂堂) 곽재우(郭再祐) 장군의 종질인 곽주(郭澍)가 처가 등에 떨어져 있던 부인 진주하씨(晋州河氏)에게 보낸 것이 대부분이다. 편지는 89년 4월 대구 달성군 구지면 석문산성의 하씨부인 묘에서 발견된 90여편으로 보존상태가 나빠 경북대 백두현(白斗鉉·43·국어국문학) 교수가 현대어로 옮겼다.

곽주는 해산을 앞두고 친정에 간 부인에게 『꿀과 참기름을 반종지씩 함께 달여서 아기가 뱃속에서 돈 후에 자시오. 약과 함께 보냈는데 먹도록 하소』라며 부부애가 가득한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그는 또 『이 달이 다 지나도록 기척이 없으니 달을 잘못 세지 않았던가』라며 출산을 기다리는 초조함도 비쳤다.

출가한 딸이 어머니인 하씨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해산 무사히 하시고 아들 낳으셔서 기쁘오나 아버님께서 편치 않다는 기별을 듣고 지극 놀랐습니다. 동래 온수(온천)에 병을 고친 이는 없다 하노이다. 울산 온수가 효험이 있고 곧 좋아진다 하노이다』라며 부모의 건강을 걱정하고 있다.

편지에는 또 『솟쟉동(소작인의 이름)이 지어 먹는 밭이 크다고 하는데 마수지기도 모른다』며 소작인의 땅평수도 잘 모르는 임란 후의 혼란한 사회상과 『병사한 여자 종의 제사를 위해 밀가루와 종이 등을 보내소』 『혼인에 쓰는 책을 얻으러 와있으니 금동이한테 주소』등 당시 생활상이 곳곳에 배어 있다.

백교수는 『하씨부인이 생전에 아끼던 편지를 관속에 같이 넣은 자식들의 효심으로 17세기 생활상을 엿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대구=전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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