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은 선택인가, 의무인가. 또 특혜인가, 불이익인가」하도 세상이 변하다보니 이제 이런 것도 질문거리가 된다. 대답하려면 제법 생각을 해야하는데다 사실 정답도 확실치 않다. 난이도가 더 높은 문제도 있다. 「그럴 수 있다면 군대를 안가는 것이 좋은가, 그래도 가는게 옳은가」
이들 문제풀이가 간단치않은 것은 현실에서 병역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일관성이 없기때문이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결과를 가른 요인중 하나가 이회창(李會昌) 후보 아들의 병역문제였음은 새삼 말할 나위가 없다. 당시 이후보의 아들은 별로 자랑스럽지 못한 신체조건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수모를 겪고 소록도에서 속죄의식까지 치렀다. 사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도 명확치않은 병역문제 시비에 오랫동안 시달렸다.
그에 비하면 이기준(李基俊) 신임서울대 총장은 아들의 병역기피의혹이 별 문제되지 않고 넘어간 행운의 케이스다. 우선 교수들이 투표과정에서 크게 괘념치않는 뜻밖의 「대범함」을 보였다. 교육부나 국무회의도 『서른이 다된 장남이 이제라도 병역을 마치려 귀국했지 않느냐』는 정상론으로 교수들의 선택을 「존중」해 주었다.
초점이 다르긴 하지만 최근 PC통신에서도 병역문제는 연일 뜨거운 논쟁거리다. 병역이행자에게 공무원 임용시험 등에서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것이다. 사실 재주껏 얼마든지 군 복무를 피할 수 있는 현실 속에서 굳이 병역을 「감수」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그렇지않아도 돈과 의무를 맞바꾼 대규모 병역비리가 또다시 불거지는 판국이다.
그러나 원래 국가적 의무란 무조건적인 평등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마땅치않다. 마찬가지로 의무를 저버리고도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면 그건 말이 되지않는다.
인사에는 원래 덕담이 어울리는 법이나 이번 일이 유사한 잘못을 한 이들에게 면죄부로 비춰져서는 안된다는 점은 분명하게 짚어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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