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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풀린다지만…/朴昇 중앙대 교수·경제학(火曜世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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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풀린다지만…/朴昇 중앙대 교수·경제학(火曜世評)

입력
1998.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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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풀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업자금이 풀리고 금리가 한자릿수로 내려갔다. 기업부도율은 IMF사태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가고 실업률도 지난 7월이후 조금씩 내려가고 있다. 기업의 가동률도 꾸준히 상승하고 국제수지는 흑자기조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 그런 속에서 소비자 물가는 연간 7∼8%선에서 비교적 안정돼 있고 주식시장은 모처럼 활기를 찾았다.사업하는 사람들은 『아직 한치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하겠지만 국제통화기금이나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기구나 미국의 당국자들은 한결같이 아시아 경제가 이제 바닥을 치고 회복국면에 들어섰다고 말하고 있다. 진정 경제는 풀리고 있는 것인가.

지금 우리 경제의 숨통이 트이고 있는데는 국내외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선진국들의 경기부양정책과 삼저(三低)현상을 들 수있다. 아시아의 금융위기가 드디어 미국경기를 냉각시키는 상황에 이르자 미국은 금리를 내려 경기부양에 나섰고 캐나다와 유럽 각국이 뒤따라 금리를 내렸다. 여기에 아시아 경제의 중심국인 일본이 GNP의 4%에 해당하는 20조엔(우리 돈으로 200조원)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세우고 60조엔이라는 엄청난 재정자금을 투입하여 금융부실채권을 정리하기로 함으로써 아시아 경제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 것이다. 여기에 삼저현상이 가세하여 우리경제에 큰 호재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한편 대내적으로는 지난달부터 정부가 통화를 풀고 금리를 내리게 하는 이른바 인플레정책으로 돌아선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기업자금이 풀리고 기업의 연쇄도산 현상이 멈추게 된 것이다. 이렇게 경제의 숨통이 열리면서 국제수지의 흑자기조가 정착되고 있다는 것이 우리경제에 대한 신뢰를 크게 하는 요인이 되고있다.

이러한 경기호전 현상은 비단 우리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며 정도의 차는 있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 금융위기를 크게 겪은 나라에서 모두 금리가 한자릿수로 내려앉고 국제수지는 흑자로 돌아서고 있으며 주가(株價)는 크게 오르고 있고 경제성장도 올해의 큰 마이너스 성장에서 회복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경제가 풀리고 있는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 이러한 일련의 사태진전이 불황의 골을 낮게하고 구조조정에 따른 고통을 덜어주고 경기회복을 앞당기도록 하는 호재임에는 틀림이 없다. 필자는 우리 경기의 밑바닥이 내년 상반기가 될 것으로 보았는데 이런 호재가 지속된다면 경기 밑바닥은 현재로 앞당겨지고 내년부터는 매우 완전한 회복국면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크게 좋아질 수는 없겠지만 구조조정에 따른 고통은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매우 조심해야 할 것은 이러한 현상을 우리 경제가 경쟁력을 회복한 것으로, 다시 말해서 정상적인 활력을 회복한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지금 경기를 호전시키고 있는 모든 요인들은 실물적인 것이 아니라 가격적 요인들이다. 삼저현상도 그렇고 정부의 통화팽창에 의한 인플레정책도 그러하며 선진국의 금리인하도 그렇다. 이러한 가격적 요인들은 한때 지나가는 일시적인 것이며 따라서 한시적인 진통(鎭痛)효과가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경제의 숨통이 풀린다고 해서 정부나 기업이나 국민들이 허리띠를 풀어서는 안된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하면 정부는 본격적인 경기부양을 서두르고 기업은 구조조정을 미루고 가계는 소비를 자극할 우려가 있는데 절대로 그래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의 구조조정 노력은 적어도 5년이상 꾸준히 지속돼야 한다. 모든 호재들은 구조조정에 따른 고통을 줄이면서 구조조정을 다그치고 조속히 완결하는데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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