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마하티르 경제노선 ‘장외대결’/DJ “시장경제 원리 바탕 개혁·개방해야”/마하티르 “급격한 세계화는 빈곤만 초래”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각각 16일과 15일 아태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회의에서 연설하면서 판이한 경제위기 극복방안을 제시, 관심을 끌었다. 두 정상은 단독회담 자리에서는 서로 외교적 수사를 동원해가며 점잖은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장외」에서는 한치 양보없는 노선대결을 펼친 셈이다.
회의 첫날인 15일 기조연설자였던 마하티르 총리는 『급진적인 세계화는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나아가 전세계의 빈곤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자신에게 가해지고 있는 선진국들의 비난을 반박했다. 그는 『말레이시아의 독특한 처방을 그대로 놓아두기 바란다』면서 『우리 처방이 잘못됐다면 우리가 그 대가를 치를 것이며, 성공하면 세계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배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화는 각국의 격차가 좁혀진 상태에서 필요한 것』이라며 『APEC회원국간에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크고 강대한 국가들은 작고 가난한 국가들에게 적응하기 위한 시간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날 김대통령은 『아시아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은 자유로운 시장질서를 목표로 추진되는 개혁과 개방일 수 밖에 없다』며 『각국은 시장경제원리에 부합되지 않는 요소를 스스로 개혁하고 대외개방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마하티르 총리의 연설과 정반대의 처방을 내놓은 것. 김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던 우리 경제가 악화한 것은 정경유착과 관치금융, 부정부패와 같은 잘못된 관행들을 방치했기 때문』이라며 우회적으로 다른 아시아국가들의 개혁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대통령은 18일 정상회의까지 미·일 등 경제강국들로부터 보다 강화된 금융지원 약속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개도국 그룹의 개혁·개방 약속을 받아내는 등 중재노력을 펼 계획이다. 그러나 마하티르총리와의 논쟁으로 미뤄볼 때 이같은 노력이 실질적 결실을 맺을 지는 지켜봐야 할것 같다.<콸라룸푸르=유승우 기자>콸라룸푸르=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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