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들은 지방 두께가 일정/直腸온도 34.8도까지 견뎌/佛선 수심 72m 잠수 기록도「달에 착륙하기 전 사람들은 공기가 희박한 방에서 환경적응훈련을 받는다. 점차 산소밀도가 낮은 방으로 옮겨가 적응을 마치면 이제 달에서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것이다…」.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옴직한 내용이지만 실제로 인간은 필요에 따라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왔다.
질병과의 싸움도 환경적응의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감기를 예로 들어 보자. 환경적응에 뛰어난 인간이 왜 감기같은 단순한 병에는 면역을 갖지 못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감기바이러스도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변형시킨다. 독감 인플루엔자는 어느정도 변형을 예측할수 있지만 감기는 백신개발이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적응력이 감기바이러스보다 낮은 것은 아니다. 인간이 수많은 질병에서 살아 남으며 끊임없이 면역력을 강화해온 것이나 바이러스가 살아남기 위해 지속적으로 변형되는 것 모두 적응의 한 예이다. 이런 환경적응은 『계속되는 전쟁』인 셈이다.
환경적응의 가장 좋은 사례는 우리나라의 해녀이다. 미 육군환경의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했던 이대택(체육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씨는 최근 발간한 저서 「인간은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는가」에서 미군병사들의 체온이 35도까지 떨어지면 인체의 능력을 검증하는 찬물실험을 중단하는 이유가 해녀에 대한 연구에 토대를 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60년대부터 진행돼온 연구를 통해 해녀들은 직장(直腸)온도가 34.8도가 되면 본능적으로 물에서 나온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해녀들은 어떻게 한겨울 바닷속 추위를 견딜까. 첫째 해녀들은 지방의 두께가 일정해 단열효율성이 발달해 있다. 즉 찬 물 속에선 피부로 혈액을 보내지 않아 더 이상 체온을 빼앗기지 않는 것이다. 또 따뜻한 혈액이 흐르는 동맥과 차가워진 정맥 사이에 열을 교환하는 기능도 발달해 있다. 그러나 해녀들이 고무잠수복을 입으면서 이런 적응메커니즘이 소실되고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영화 「그랑부르」에서 주인공은 맨몸으로 바다 깊이 잠수를 한다. 실제 프랑스에서는 수심 72m까지 잠수한 기록이 있다. 일반인은 수심 30m에서 폐출혈을 일으킨다. 고신대 박양생 교수는 『72m 잠수는 극히 예외적인 일이지만 잠수시간을 1분 정도로 연장하는 것은 신체적으로 큰 무리 없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호흡욕구를 유발하는 원인은 산소부족이 아니라(수압이 높으면 폐가 축소돼 오히려 산소부족을 잘 느끼지 못한다) 혈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져 호흡중추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잠수를 반복하면 이산화탄소의 고농도에 적응이 돼 호흡자극센서가 느리게 작동한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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