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인터뷰한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윤양로씨는 사석에서 『만일 서울대 대학원에 붙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즐겨 말한다. 서울대에 세 번이나 떨어지고 대학(한국외국어대)을 졸업한 뒤 다시 대학원에 응시했지만 또 떨어지고 윤씨는 하버드대 대학원으로 유학을 갔다. 결국 그것이 오늘날 세계의 경제정책을 주무르는 세계은행의 브레인으로 그를 성장시킨 계기가 됐다. 한국에서 최고 명문을 나왔다면 그 상황에 안주하고 말았을 텐데 끊임없이 변화하려는 의지가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는 것이다.1녀2남 자녀를 모두 명문대에 입학시킨 소설가 윤영수씨는 자식 잘 키운 비결을 물으면 『아직 모른다』고 말하곤 한다. 자녀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해 하고 사회에도 기여해야 비로소 잘 키웠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도 끝날까지 어찌 알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어렸을 때 주위에는 천재니 수재니 하는 소리를 듣던 다른 집 아이들이 많았지만 한 번도 그런 아이들과 자기 자식을 비교하며 주눅들지는 않았다고 전한다. 지금 그 수재들이 무엇을 하는지 떠드는 사람도 없다고.
며칠 전 친척 결혼식에 가서 고만고만하게 성장한 조카들을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 온 집안이 떠들썩했던 「천재」도 있었고 그저 무던하다고 알려진 아이도 있었는데 천재라는 아이는 유별나게 명문대를 가지도 않았다. 또 명문대를 나온 사람이 꼭 직업적인 성공을 거두는 것도 아니었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도 별 주목을 못 받던 사람이 행복한 가정을 꾸미고 직장에서 평가받으며 만족스럽게 살고 있는 모습도 많이 본다.
흔히들 인생의 중요한 기회는 세 번 온다고 말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수천 수만의 기회가 우리에게 손을 벌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 번의 멋진 기회를 잡았다고 거기에 안주해 버리면 더 이상 발전은 없다. 더 넓은 바다를 향해 새로운 기회의 파도를 계속 타는 사람만이 성장을 거듭할 수 있다.
내일이 수능시험일이다. 1년에 한 번뿐인 이 시험을 잘 보려고 긴장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실은 우리 인생에는 수천 수만번 수능시험을 볼 기회가 있음을 일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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