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 미국 뉴 올리언스의 한 교수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여행과 철도 역사에 대한 공부가 취미』라는 그는 한국에서의 추억을 생각하며 초면의 나를 초대한 것 같았다. 그는 갯벌과 염전으로 뻗은 수인선 협궤열차를 타던 기억을 들려주기도 하고 『아내, 딸 셋과 여행을 떠날 때는 가방이 5개지만, 돌아올 때는 기념품 때문에 짐이 20여개로 늘어난다』며 즐거워했다. 거실의 벽은 각국에서 사온 아기자기한 기념품들이 가득했는데, 색동옷 차림의 한국 인형도 있었다.■그 인형을 보고 무척 반가웠지만 『별로 살 만한 물건이 없어서 흔한 기념품을 샀다』는 말을 듣고는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다음에 내가 간 곳은 뉴 멕시코주의 산타페였다. 미국인들이 은퇴한 후 가장 여생을 보내고 싶어하는 곳이라는 산타페에서는 400여개의 화랑이 그림과 조각, 공예품 등을 팔고 있었다. 백인들은 주로 유화를, 히스패닉계는 종교화를, 인디언 작가들은 자기·도기·염직물을 제작하고 있어 미술기념품은 크기와 종류, 가격 등이 매우 다양했다.
■정부가 관광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면서 김대중대통령이 해외 관광홍보물에 직접 출연하는 등 변화가 일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전국 관광지의 기념품 판매장은 특성이 없는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제주도나 설악산이나 경주나 모두 비슷비슷한 디자인의 기념품들을 팔고 있다. 최근 한국공예학회는 「한국공예논총」 제1집을 발간하면서 뒤늦게 이런 문제점들을 점검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두 편의 논문은 각각 지리산과 경주지역의 관광민예품 개발문제를 연구하고 있어 반갑다. 이 논문들은 지리산 일대의 곤충과 나무, 경주의 향토적 정서가 담긴 도자기 등을 현대적 디자인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여행객이 맘에 드는 기념품을 찾지 못해 발길을 돌린다면, 주객 모두에게 허전한 일이다. 기념품 산업에서도 큰 변화를 기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