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건설사 이름대며 세일즈”/싱가포르 총리에“주롱섬 개발계획 현대·삼성 참여하게”/뉴질랜드 총리에“개방 미합의 실망 WTO선 단결하자”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6일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와의 회담에 이어 쉬플리 뉴질랜드 총리, 고촉동(吳作棟) 싱가포르 총리와도 연쇄 정상회담을 갖고 아시아경제위기 극복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한·뉴질랜드 정상회담
김대통령의 숙소인 힐튼호텔에서 열린 쉬플리 뉴질랜드 총리와의 회담에서 김대통령은 『이번 APEC각료회담이 무역개방에 합의하지 못하고 세계무역기구(WTO)로 넘긴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선 각국이 강력한 개혁을 추진해야 하며, 동시에 위기에 신속대처할 수 있도록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18일 정상회의에서는 아시아 위기 극복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기구 자체에 대한 회의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쉬플리 총리는 이에 대해 『뉴질랜드는 정부개혁에는 성공했으나 경제성장 등에 대해선 다른 나라로부터 배워야 한다』면서 『WTO에서 APEC 21개 회원국이 단합해야 하며, 국내 금융체제에 대해서도 서로 배운다는 입장에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싱가포르 정상회담
힐튼호텔에서 열린 고촉동 총리와의 회담은 예정시간을 30분 넘겨 50분동안 진행됐다. 김대통령은 『각국이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싱가포르가 외환보유고도 많고 가장 좋은 상태여서 감명을 받고 있다』면서 『15억달러 규모인 주롱섬 개발계획에 현대 삼성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바란다』며 세일즈를 펼쳤다. 김대통령은 『APEC에 회의적 시각을 가져서는 안된다』면서 『정상회의를 통해 미국과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유도, 개도국의 어려움을 해소해 희망을 찾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고총리는 이에 대해 『지난해 7.8%를 기록한 성장률이 올해는 0%에 머물고 있어 제2의 위기가 올 경우 싱가포르도 어려울 것』이라면서 『APEC각료회의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으며, 중남미 러시아로 건너간 금융위기가 다시 아시아로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고총리는 또 『미국과 G7이 우려를 갖고 행동해야 하며, 개도국이 참가하는 G22 정상회의를 통해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의했다.
■동포 간담회
김대통령은 이날 오후 숙소인 힐튼호텔에서 재(在) 말레이시아 동포 150여명과 간담회를 갖고 격려했다. 김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싱가포르 총리와의 회담에서 우리 건설업체 이름을 대며 부탁을 했다』며 『이제 대통령은 그런 일을 하고 다녀야 한다』고 세일즈외교론을 펼쳤다. 김대통령은 이어 『과거는 단일민족이 자랑이었으나 이제는 도리어 세계를 만나는 데 장애가 된다』면서 『말레이시아에 살며 말도 배우고 문화도 익혀서 이것 저것 섞어 놓은 샐러드같아야지 맑은 전복죽이 돼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콸라룸푸르=유승우 기자>콸라룸푸르=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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