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개입 말라” 경고불구/美 국무 등 안와르부인 면담/오늘 정상회담 설전예고아시아 경제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절박한 임무를 띠었던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어수선한 가운데 구심점을 못찾고 흔들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4일 이번 APEC 회의를 보도하면서 「까다로운 장소, 까다로운 의제, 까다로운 시기」라는 제목을 달았다. 개최지인 콸라룸푸르는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 퇴진 시위와 안와르 이브라힘 전부총리의 구속을 둘러싼 회원국들의 비난으로 연일 시끄럽다. 최대 현안이었던 「분야별 자발적 조기무역 자유화」는 주말의 각료회의에서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했고, 비슷한 시기에 미국의 이라크 공습 위기가 겹쳐 세계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이라크사태 대응을 위해 불참을 통보하자 가뜩이나 어수선했던 APEC의 분위기는 아예 김이 빠져버렸다. 많은 회원국들은 회담이 별다른 결실 없이 끝날 우려가 크다며 클린턴의 불참에 유감 성명을 발표했다. 주최국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도 『클린턴의 불참은 95년 일본 오사카(大阪) 회담에 이어 두번째』라면서 『매우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16일 내정에 개입하지 말라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경고를 무시하고 로이스 액스워디 캐나다 외무장관과 함께 안와르 전 부총리의 부인 아지즈 이스마일 여사를 만났다. 면담이 끝난 뒤 올브라이트 장관은 『미국은 안와르 부총리가 정당한 절차와 공정한 재판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며 마하티르 총리에 일침을 가했다. 에스트라다 필리핀 대통령, 하비비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아지즈 여사를 만날 예정이어서 APEC회의가 말레이시아 내부 문제로 옮겨진 듯한 양상이다. 이와 함께 5월의 수하르토 사임 이래 처음으로 대규모 시위와 유혈진압이 빚어지고 있는 이웃 인도네시아 사태도 회원국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정상들은 17일과 18일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그러나 아시아 경제위기의 해법은 원론적 수준에 그칠 전망이고, 아시아 위기를 「서방의 음모」로 보는 마하티르 총리와 이에 반박하는 미국 등이 한바탕 설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김지영 기자>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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