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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에선 지방경제/주력사업은 몰락했고 믿었던 지역대기업은 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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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에선 지방경제/주력사업은 몰락했고 믿었던 지역대기업은 부도…

입력
1998.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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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구·부산 등 대도시는 어음부도율 1%넘고 실업률 8∼9%/지자체 62%는 국고지원 없으면 당장 월급도 못준다국제통화기금(IMF) 한파가 계속되면서 지방경제가 붕괴될 위기에 이르렀다.지방경제를 지탱해주던 간판 대기업들이 잇따라 쓰러지면서 하청·협력관계에 있던 중소기업들의 연쇄부도가 이어지고 있다. 대량실업사태와 지방자치단체 재정은 한계 상황을 넘어섰다.

특히 경기불황으로 지방세 등 자체수입이 큰폭으로 줄어들고 중앙정부가 내국세 일부를 떼어주는 교부세, 특정사업을 지원하는 양여금, 그밖의 국가지원금인 보조금 등이 대폭 깎여버린 지자체의 재정은 거의 파산 지경에 와 있다.건국이래 초유의 사태인 셈이다.

기획예산위원회와 행정자치부가 전국 234개 지자체의 재정상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방세 수입만으로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단체가 146개로 62.4%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38개 지자체는 지방세와 자체사업, 국고에서 지원하는 교부금 등 세외수입을 합쳐도 급여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실상의 파산상태아다.

지자제 실시이후 이들 지자체는 대형투자사업들을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나 IMF사태로 사업에 차질이 빚어졌고 97년말 기준 16개 시도의 총부채는 23조원으로 94년말의 1.5배에 이르렀다. 중앙부처에는 예산지원 확대를 요청하는 시·도지사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지만 『재정효율화로 극복하라』는 답변뿐이다. 자치단체의 재정악화 및 사업축소는 관급공사에 의존하는 지방건설업체의 연쇄부도를 불러 일으킨다.

올들어 지난 7월까지 산업생산이 지난해에 비해 증가한 지역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불황은 전국적인 현상. 조업을 단축하거나 휴·폐업한 업체가 속출해 인천 부산 대구 광주 등은 산업생산이 전년대비 20∼30%나 줄어들었다.

수출부진은 곧 바로 지역 생산활동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부산의 경우 수출이 1∼7월중 전년대비 12.9% 감소했고, 인천은 상반기중 부평 주안 남동 등 주요공단의 수출이 11.6% 줄었다. 경기도 전체의 수출입 물동량도 19.6%나 감소했다.

판매부진과 생산감소는 기업부도로 직결돼 지역내 산업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 지방의 어음부도율은 0.93%(98년 7월기준)로 서울(0.44%)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대구 인천 부산 등의 어음부도율은 1%를 웃도는 실정이다.

실업률 역시 매우 심각하다. 부산 인천 대구 등 대도시의 실업률은 8% 내외로 충남 전남 등 도단위(5%내외)보다 고실업 상태이다. 대도시 지역은 제조업 불황에다 그동안 고용을 흡수해주었던 건설 유통 등 서비스 부문의 침체가 가세하면서 실업률이 급증했다.

특정 업종에 대한 집중도가 높고 산업구조 고도화가 지연된 지역일수록 경제난은 심각하다. 대구는 섬유산업 비중이 35.5%로 높아 경기변동에 따른 위험분산이 곤란하며 광주는 제조업중 자동차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으나 아시아자동차 부도로 큰 타격을 입었다. 부산은 신발 등 주력산업의 위축이후 대체산업이 없는 형편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665만원(96년)으로 3년 연속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기업부도율(7월)은 1.39%로 전국 최고이다. 98년들어 7월말까지 생산은 전년대비 21.3% 감소했고 재고는 출혈판매에도 불구하고 6.3% 증가했다. 7월중 중소제조업체 정상가동 비율은 59.1%수준. 특히 지역경제의 3대축인 섬유 건설 유통부문이 특히 어려운 상황이다.

부산은 올들어 7월까지 생산이 18.9% 하락했고 재고는 12.0% 늘어났다. 7월의 중소기업 정상조업비율은 67.9%로 81년 12월의 65.6%이후 17년만에 최악이었다. 실업률(8월)은 전국 최고치인 9.6%로 3개월 연속 9%대를 기록하고 있다. 1∼7월중 총부도업체수는 2,065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수준이며 동남은행 등 부산에 기반을 둔 금융기관의 퇴출로 기업 자금사정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력산업인 신발산업이 몰락했으나 이를 대체할 새로운 산업 유치실적은 부진한 상태. 90년 536개에 이르렀던 신발공장은 98년 현재 30여개정도만 가동중이며 종업원은 90년 17만9,600명에서 현재 5만명 이하로, 수출은 43억달러에서 12억달러로 급감했다.

광주는 올들어 부도업체수가 7월까지 671개사로 97년 연간 총 부도업체수(494개사)를 초과했다. 지역생산의 30%를 점하고 있던 아시아자동차의 부도로 협력업체의 32%가 부도를 냈고 건설업체 백화점 금융기관 등 향토기업들도 연쇄 도산하고 있다. 이밖에 인천지역은 생산이 7월말까지 30.8%나 하락했고 강원도는 잇단 폐광이후 대체산업 유치실패, IMF이후 관광산업 침체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역경제의 활력회복이 국가경제 회생의 출발점』이라며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지역산업의 구조개편 방향을 설정하고 구체적 정책대안을 실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남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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