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문/“경제위기 주범은 정치인” 46.6%/위기극복 최우선 과제 국민의식 개혁/“IMF탈출 3년은 걸릴것” 35%로 최다/56%가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 점쳐/본사·한국경제연구원 공동 현대리서치 조사IMF체제를 맞게 된 경제위기 책임론에선 정치인이 불명예스런 1위를 차지했다. 전체 응답자의 46.6%가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정치인을 꼽았다. 정치인을 탓하는 목소리는 나이가 많을수록(50대이상 54.5%), 학력이 낮을수록(중졸이하 52.4%), 소득이 적을수록(월 100만원이하 50.2%) 훨씬 컸다. 그러나 국민 모두의 책임이란 응답도 29.5%나 됐으며 특히 저연령 고소득 고학력에서 두드러졌다. 정부관료들에게 죄를 묻는 응답도 12.2%나 됐다.
IMF체제극복을 위한 개혁 우선순위로는 국민의식개혁(42.1%)이 가장 먼저로 꼽혔다. 그러나 역시 경제개혁(18.2%)보다는 정치개혁(28.8%)의 필요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드러나 현 정치구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얼마나 큰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IMF 1년간 추진되어온 구조조정에 대한 평가는 「잘 안됐다」(66.3%)는 시각이 「잘됐다」(31.6%)는 견해를 압도하고 있다. 연령별로는 30∼40대(30대:69.9%, 40대:67.5%), 학력별로는 대학재학이상(69.9%), 소득별로는 월 100∼200만원(68.7%)에서 구조조정성과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이들은 대부분 「중산층」으로 분류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비록 중산층이 IMF체제의 최대 희생자이긴 하나 보다 강도높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이 잘됐다」는 응답이 지역별로는 현 정부의 정치적 기반인 광주·전라(40.8%)에서 가장 높게 나온점이 눈길을 끈다.
구조조정이 가장 더딘 분야는 단연 정부·공공부문(60.7%)이 지목됐다. 민간에는 희생을 요구하면서도 정부 스스로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는 일반적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기업부문(19.5%)도 구조조정이 비교적 느린 것으로 지적됐지만 공공부문보다는 훨씬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정부·공공부문이 「감원바람의 무풍지대」 「막대한 퇴직위로금」 「철밥통」등 오명을 스스로 씻지 않는 한, 결코 국민들에게 구조조정을 납득시킬 수 없음이 입증된 셈이다.
구조조정이 가장 잘 된 부문으론 금융(43.7%)이 꼽혔다. 기업구조조정, 특히 5대 재벌의 구조조정방식에 대해선 「자율에 맡겨야한다」(44.4%)가 「정부가 개입해야한다」(36.5%)는 입장보다 다소 우세했다.
정부의 실업대책에 대해선 질타가 빗발쳤다. 「잘하고 있다」가 22.9%인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76.1%나 됐다. 경기부양이 먼저냐, 구조조정이 먼저냐를 놓고 67.9%가 「동시진행」을 주장했다.
IMF 1년이 지났지만 환란(換亂)에 대한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56.4%가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또 「2년 이내에 현 경제위기를 완전극복할 것」이란 대답은 25%에 불과했고 「3년은 걸릴 것」이란 응답은 35.2%였으며 30.1%는 「5년이상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이성철 기자>이성철>
◎전문가들,일반인과 상당한 시각차/금강산관광·식량 등 대북지원에 적극성 보여/75%가 대통령제 선호·경제청문회엔 부정적
한국일보와 한국경제연구원은 일반인 여론조사와 별도로 학계 정부 언론기관 사회단체등 각 분야의 전문가 163명을 상대로 동일한 내용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문가들은 주요 이슈들에 대한 인식과 해결방안에 있어 일반인들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반인들은 절반이상이 우리나라가 IMF체제를 맞게 된 책임을 정치인들에게 돌린 반면 전문가들은 정부관료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응답했다. 흥미있는 점은 정부관료 응답자 24명 가운데 관료에게 책임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4명에 불과한 반면 15명은 기업인들에게 책임을 물었다는 점. 통계적인 의미는 적다 하더라도 관료들의 의식의 일말을 엿볼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IMF극복을 위해 시급한 과제로 일반인들은 국민들의 의식개혁을 가장 많이 꼽았지만 전문가들은 경제개혁을 들었다. 5대그룹 구조조정방식에 대해 일반인들은 기업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응답(44.4%)이 가장 많았지만 전문가들은 금융기관을 통해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37.3%로 가장 많았다.
정치분야의 경우 전문가와 일반인 모두 내각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시했다. 특히 전문가집단의 대통령제 선호도(75.2%)가 일반인(57.1%)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난 점이 주목된다. 일반인들은 과반수가 다음달로 예정된 경제청문회가 경제위기극복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 반면 전문가들은 50.1%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응답,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금강산관광, 식량원조들을 통한 대북지원에 대해 「긴장완화와 통일대비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적극적 찬성이 일반인 조사에서는 34.4%에 그쳤지만 전문가집단은 64.7%로 높게 나타났다.
IMF체제이후 소득격차가 심화했다는 의견이 일반인과 전문가 모두 압도적이었지만 소득격차해소방안으로는 일반인들이 경기부양(37.1%)과 사회보장제도(28.2%)를 꼽은 반면 전문가들은 세제개혁(44.1%)과 경기부양(36.5%)를 꼽아 대조를 보였다. 노숙자대책에 있어 일반인들은 정부에서 일용직으로 고용하는 것을 우선시(45.9%)한 반면 전문가집단은 집단수용(30.6%)을 가장 시급한 대책으로 제시했다.
반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나 구조조정진행상황에 대한 불만 등에 있어서는 일반인과 전문가의 견해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구조조정이 가장 잘 된 분야로는 모두 금융부문을 꼽았지만 노동부문에 대해서는 점수가 낮았다. 구조조정이 가장 필요한 분야는 일반인과 전문가 모두 공공부문을 1순위로 들었고 IMF체제를 벗어나는데 걸리는 시간도 똑같이 3년으로 예측했다.<김준형 기자>김준형>
◎설문내용/경제부문
1.외환위기 및 IMF체제를 초래한 책임은
①정치인 46.6 ②관료 12.2 ③기업인 7.6 ④근로자 0.8 ⑤금융인 1.3 ⑥국민전체 29.5 ⑦외국자본 1.5
2.IMF체제극복을 위한 우선과제는
①정치개혁 28.8 ② 국민의식개혁 42.1 ③경제개혁 18.2 ④정부/공공개혁 7.9 ⑤노사개혁 2.7
3.구조조정에 대한 평가는
①매우잘됨 2.0 ②대체로 잘됨 29.6 ③대체로 잘안됨 57.0 ④전혀 잘안됨 9.3
4.구조조정이 가장 잘된 분야는
①정부/공공 16.4 ②기업 18.4 ③금융 43.7 ④노동 11.6 ⑤없음 4.0
5.구조조정이 더딘 분야는
①정부/공공 60.7% ②기업 19.5 ③금융 7.2 ④노동 8.3
6.5대그룹 구조조정의 추진방법
①기업자율 44.4 ②정부개입 36.5 ③금융기관주도 17.5
7.정부의 실업대책 평가는
①매우 잘함 2.0 ②대체로 잘함 20.9 ③대체로 잘못함 59.1 ④매우 잘못함 17.0
8.가장 필요한 실업대책은
①공공근로등 일자리창출 34.3 ②금전보상 8.4 ③직업훈련 17.6 ④가동률제고통한 고용확대 39.4
9.IMF체제 탈피에는 얼마나 걸릴것인가
①1년 5.5 ②2년 19.5 ③3년 35.2 ④4년 8.7 ⑤5년 17.7 ⑥6년 2.5 ⑦7년이상 9.9
10.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은
①매우 높음 6.7 ②대체로 높음 49.7 ③별로 없음 36.2 ④전혀 없음 5.6
11.경기부양책에 대한 견해는
①시기상조 9.2 ②불가피함 17.4 ③구조조정과 동시진행이 바람직함 67.9
12.경기부양을 위해 필요한 대책은
①기업가동률향상 14.0 ②수출촉진 28.2 ③금리인하 19.0 ④금융구조조정 조기단행 13.0 ⑤규제철폐 21.9
13.외국인의 국내기업인수에 대한 생각은
①매우 바람직함 10.2 ②바람직함 48.4 ③바람직하지 않음 33.8 ④매우 바람직하지 않음 7.2
14.(13번문항 ③,④번 응답자)외국인의 국내기업인수 부작용은
①근로자 해고증가 17.8 ②국부유출 21.4 ③과당경쟁 9.1 ④국내시장잠식 50.3 ⑤기타 0.7
◎조사를 마치고/“구조조정 성과에 부정적 평가 희망과 용기주는 비전제시 절실”
IMF체제 이후 국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이번 조사는 IMF체제 1주년을 맞아 정치, 경제, 사회·생활 등 분야에서 국민들의 의식과 생활이 어떻게 변화되었가를 알아보기 위해 실시했다.
조사결과는 우선 정치권의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전해주고 있다. 국민들은 정치인의 자질미달이 우리 사회의 비능률을 발생시킨다고 보고 있다. 정치가 사회,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뼈를 깍는 구조조정이 절실하다.
아울러 국민들은 여전히 구조조정성과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IMF체제에 들어간지 1년이 다 된 지금도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한 것도 구조조정의 미흡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국민들은 특히 정부와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이 더딘 점을 질타했다.
마지막으로 조사결과는 소득감소, 실업에 대한 불안감, 사회불안의 증가 등으로 삶의 질이 급격히 악화한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은 정부의 대처가 미온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소득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세제개혁, 사회보장제도 확충 등과 같은 정책적 배려에 목말라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와 경제의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아울러 개혁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과 빈부격차 등 문제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도 역시 마련되어야 한다. 이번 조사는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비전제시가 어느때보다 절실한 때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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