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최장집 논문 비판 등 ‘독자노선’/국민회의,여권갈등 촉발우려 속앓이만국민회의와 청와대가 김종필(金鍾泌) 총리의 국회 발언을 놓고 소리없이 들끓고 있다. 김총리가 13일 정치분야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 최장집(崔章集) 교수의 논문을 「문제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내각제 논의시기에 대해서도 분명히 「맺고 끊지」않았기 때문이다. 여권핵심부는 특히 법원이 최교수의 논문을 문제삼은 월간조선에 대해 배포금지 결정을 내린 직후에 김총리가 독자적 입장을 밝혔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같다. 김총리가 뭔가 작심하고 의중을 밝혔다고 보는 것이다.
이처럼 김총리 발언의 심각성을 인식하면서도 여권핵심부는 정면대응을 삼가고 있다. 사안이 민감해 자칫 논란을 확대시키고 공동여당내 갈등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험한 말도 하고 싶지만 후유증을 생각, 참고 있다』는 한 당직자의 말처럼 속앓이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회의는 우선 정부의 공식입장을 밝히는 자리에서 김총리가 개인의견을 스스럼없이 토해낸 형식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측이 이미 『최교수 논문이 문제없다』고 밝힌 바 있어 김총리가 결과적으로 대통령과의 불협화음을 자초했다는 게 국민회의의 비판이다.
더욱이 공동여당내 최고의사 조율기관인 국정협의회가 있는데도 여기서 먼저 최교수문제를 거르지 않아 혼선을 자초했다는 점도 문제되고 있다. 국민회의 한 당직자는 『김총리가 최교수 논문을 문제삼으려면 국정협의회에서 논의하거나, 아니면 대통령과 조용히 얘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국회 답변은 원론 수준에 그쳤어야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내용상으로도 김총리의 발언은 시대사조와 맞지않는다는 게 국민회의의 입장이다. 정동영(鄭東泳) 대변인이 13일 한나라당을 겨냥, 『내일 모레가 21세기인데 퇴영적이고 수구적 냉전논리에 매달리는 것은 정치적 지평을 넓히는데 유익하지 못하다』고 말한 대목은 그대로 김총리에도 적용될 수 있다.
분단이라는 한국적 특수상황을 고려하더라도 탈냉전의 시대사조가 엄연한 지금, 김총리가 이념논쟁에 앞장서는 태도는 시대착오적 이라는 비판이다.
국민회의와 청와대는 김총리의 정치적 복선도 면밀히 파악하는 모습이다. 김총리의 「신색깔론」에 이어 자민련 의원들이 연일 국회에서 내각제를 거론하는 것은 결국 내각제 공론화시기를 앞당기려는 정치적 계산의 산물이라는 분석이다. 김총리와 자민련이 내각제를 의식, 국정전반에서 계속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여권핵심부가 어떤 차원의 대응카드를 내놓을지 주목된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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