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 고함… 야유… 감정싸움 얼룩/이세기 의원“오만과 독선으로 국정파탄”/안동선 의원“국가 부도낸 사람이 누구냐”13일 국회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은 한나라당측의 예상수위를 넘은 강공 때문에 원색적 감정싸움으로 얼룩졌다. 전날 3당 대표연설에서 조성된 상호 「화해 무드」가 하룻만에 뒤틀린 셈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 총리를 겨냥한 자극적 표현을 동원, 정부의 「실정」을 맹타했고, 불의의 일격을 당한 여당측은 즉석 대응을 불사했다. 신상우(辛相佑) 국회부의장은 한나라당의 심상치 않은 기류를 미리 감지한 듯 질문에 앞서 『상대당 의원들의 질문에 거슬리는 대목이 있더라도 끝까지 참고 경청해 달라』며 「예방주사」를 놓았지만 무위였다.
첫번째 질문에 나선 한나라당 이세기(李世基) 의원은 『준비된 대통령이라 해서 잘할 줄 알았더니 날이 갈수록 더 엉망』이라며 『오늘의 국정파탄은 정권의 오만과 독선, 그리고 김대통령의 지나친 욕심 때문』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의원은 이어 『최근 정권의 고문조작 의혹이 깊어진 것은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김대통령의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혔다』며 「총풍(銃風)사건」의 뇌관을 또다시 건드렸다. 그러자 국민회의 안동선(安東善) 의원은 『국가부도와 온 국민이 깡통을 차야할 위기를 초래한 사람들이 도대체 누구냐』며 『적반하장격으로 모든 책임을 현 정부에 뒤집어 씌우는 언동을 중단하라』고 받아쳤다.
여야간 험구(險口)는 작심하고 김총리를 공격한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의원의 질문에서 극점에 달했다. 이의원은 서두부터 내각의 총사퇴를 주장한 뒤, 『김총리는 악독한 고문, 숱한 정치공작, 불법 도청을 만들어낸 중앙정보부의 창설자이자 5·16군사쿠데타의 주범』이라고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에 여당의석에서는 『주범이라니』 『쓸데 없는 소리 집어치워』라는 고함이 터져나왔고 일부 의원은 『×버릇 남 못준다니까』라며 욕설에 가까운 야유를 보냈다. 곧이어 등단한 자민련의 이태섭(李台燮) 의원도 『야당은 정권교체로 입장이 바뀌니까, 지난 정권에선 모든 악이 없어졌는데 현 정권이 이를 부활시켰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분을 참지 못했다.
제2건국 운동을 둘러싼 여야 공방도 격렬했다. 한나라당 이세기, 이윤성(李允盛) 의원 등은 『역대 정부를 모조리 부정하려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김대통령은 건국의 시조, 개국 황제가 되고자 하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몰아쳤다. 이에 국민회의 길승흠(吉昇欽) 의원은 『온갖 부정부패는 과거 정권에서 구조화, 체질화해 공권력의 사정권을 넘어선지 오래』라며 『대통령의 순수한 의도가 정치권 일각의 오해로 왜곡되고 있다』고 역공을 폈다. 이처럼 치열한 설전 가운데도 김총리는 『제2건국 운동을 신당창당이나 정계개편과 연결시키는 것은 잘못』 『내각의 노력이 조만간 가시적 성과로 나타날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으로 시종 한발 비켜섰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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