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등 영향으로 잊혀진 질병 곳곳 출몰/방역행정 재점검 할때질병도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특히 전염병은 환경 및 인간사회의 변화와 가장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20세기 들어 사람들은 무서운 전염병의 공포에서 해방됐다. 80년 세계보건기구가 공식적으로 지구상에서 소멸을 선포한지금까지 유일한병이 천연두라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가장 무서운 질병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암과 고혈압등 이른바 성인병만 해결하면 인간의 오랜 꿈인 질병에서의 해방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해인 81년 인류는 새로운 적인 에이즈를 알게 되었고 이후 적어도 4,000만명이 에이즈에 감염되었다. 그뿐 아니라 최근 20년간 우리는 30가지 이상의 새로운 전염병을 만나게 되었고 한동안 잊어버렸던 질병들도 지구 곳곳에서 다시 출몰하고 있다. 전염병은 사라진 것이 아니고 단지 변화할 뿐인 것이다.
전염병의 원인인 미생물은 그 숫자나 번식력,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에 있어서 인간을 훨씬 능가한다. 항생제나 백신을 이용한 인간의 노력도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을 통한 이들의 적응과 생존능력을 말살하지는 못한다.
이에 못지 않게 인간사회의 경제적 상태와 환경의 변화도 중요한 요인이다. 20세기 들어 구미의 경제적 발전과 식생활 주거환경 및 위생의 개선으로 고전적인 전염병은 이미 감소했다. 후진국에서는 20세기 후반들어 뒤늦게 이런 현상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전쟁과 내란, 정치·경제적 재난으로 언제든지 전염병은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수십년간 사라졌던 병인 디프테리아가 구 소련이 붕괴한 직후부터 폭발적으로 다시 유행한 것은 정치적 안정이 질병의 퇴치나 관리에 얼마나 필수적인 것인가를 잘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문명의 발전과 경제개발이 반드시 전염병을 근절하는 것은 아니다. 20세기 후반에도 새로운 전염병의 유행이 끊이지 않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교통의 발달과 여행과 교역이 증가하면서 국지적 유행은 곧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며 한 지역의 병원체는 쉽게 다른 곳으로 퍼진다. 동남아의 신종 콜레라인 O139가 관광객을 통하여 우리나라에 들어오거나 병원성 대장균인 E.coli O157에 오염된 수입 쇠고기나 곡물이 그 지역에 새로운 유행을 일으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식품 공급과 처리의 세계화에 따른 변화이며 수년전 사람에게 치매를 일으키는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의 위험성 때문에 광우병이 유행하던 영국으로부터의 쇠고기 수입 금지파동도 세계화에 따른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대목이다.
개발을 통한 직접적 환경 변화외에도 공업화에 따른 화석연료 사용의 증가로 오는 지구온난화가 전염병의 병원체나 매개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93년 미국 남서부 인디안 보호구역에서 집중 유행한 한타바이러스에 의한 폐증후군이나 94년 인도에서 갑자기 유행하여 세계를 긴장시킨 페스트도 홍수 후에 발생하였다. 우리나라도 20여년간 발생이 없었던 말라리아가 93년에 다시 서부 휴전선 부근에서 발생하기 시작, 작년에는 1,600명 이상의 환자가 생기고 발생지역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말라리아가 다시 돌아오고 있으며 아마도 지구의 온난화에 따른 유행지역의 확대도 중요한 원인이 아닌가 한다.
이같은 변화에 대처하려면 각종 개발사업을 하더라도 가능한한 자연 생태계에 영향을 적게 주는 방향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한 식품의 엄격한 위생관리, 백신접종을 비롯해 철저한 전염병 관리와 방역행정이 필요할 것이다. 또 범세계적인 정보교환 및 협력이 세계화시대의 질병관리에 시급함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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