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있는 판사에 업무 가중”/게시판 통해 공식 요청「판사들의 전직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
법복을 벗고 변호사로 개업하는 판사들이 갈수록 늘어나는데도 뒷짐만 지고있던 대법원이 「고육지책」을 내놓았다.
대법원은 최근 법원 통신망 게시판에 공고문을 띄워 『인사철이 아닌 때 사표를 내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일선 판사들에게 당부했다. 대법원은 공고문에서 『비인사철에 판사들이 사표를 내면 남아있는 다른 판사들의 업무부담이 그만큼 커져 누를 끼칠 수밖에 없다』며 『사표를 내고싶더라도 내년 3월 정기인사때까지는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법원이 판사들의 변호사 전직에 대해 이처럼 공식적으로 자제 요청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가을인사때 판사들이 무더기로 옷을 벗은데 이어 인사가 끝난 뒤에도 서울가정법원 김상호(金相鎬) 부장판사 등 4∼5명이 변호사 개업을 하는 등 법복을 벗는 판사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에 취해진 조치다.
대법원은 판사들의 변호사 개업이 느는 이유로 ▲의정부지원의 판사와 변호사 유착사건 이후 법관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윤리기준 요구 ▲심한 인사적체로 인한 법관직의 매력감소 ▲사법개혁으로 매년 변호사 수가 증가되는 데 대한 불안감 등이 겹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법관들의 전직으로 현재 서울지법 본원의 경우 가을인사이동 이후 민사합의부 1개와 민사단독 5개부가 폐지됐다.
민사합의부의 경우 지난해 초 300여건이던 사건수가 현재 400∼450건으로 폭주, 모든 재판부가 「업무 포화」상태다. 서울지법 판사들은 업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판결문 내용을 간소화하는 작업에 착수, 연말께 「판결문 간이화 사례집」을 내놓기로 하는 등 타개책 마련에 나섰다.<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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