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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변경’ 12년만에 大尾/가족사 바탕 현대사 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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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변경’ 12년만에 大尾/가족사 바탕 현대사 형상화

입력
1998.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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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마지막 대하소설/“이젠 세계인 입맛에 맞는 새로운 문학양식 선보일터”『아낌없이 썼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미련한 짓 안할 것이다』. 12년만에 장편소설 「변경」(문학과지성사 발행) 집필을 끝낸 이문열(50)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만큼 힘든 작업이었다는 역설적 표현이다. 86년 3월∼90년 7월 한국일보에 1, 2부를 연재하고 한참을 쉰 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3부를 썼다. 원고지로 1만4,000장, 12권 분량이다. 10권이 출간됐고 25일까지 나머지 2권이 완간된다. 「20세기의 마지막 대하소설」이라는 평론가 김병익씨의 말처럼 「변경」은 이씨 자신에게는 물론 한국문학사에 남겨질 또 하나의 의미있는 대작이다. 『나는 이것을 쓰기 위해 작가가 되었다』고 공언한 것처럼 이씨는 자신의 가족사를 기본축으로 해서, 전후 혼란기였던 50년대말부터 4·19와 5·16을 거쳐 유신에 이르기까지의 한국현대사를 「변경」으로 형상화했다.

이씨는 세 명의 전형적 인물을 만들어, 그만의 활달한 입심과 남성적 문체로 그들이 살아간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린다. 월북한 아버지를 둔 명훈, 영희, 인철 세 남매. 소매치기, 미군부대 하우스보이, 뒷골목 건달, 정치깡패 노릇을 거치며 가진 자들의 집단에 편입되기를 갈망하는 명훈은 한국적 천민자본주의의 모습 그 자체다. 매춘과 졸부와의 위장결혼으로 몸뚱어리를 밑천처럼 굴리며 살아가다 도시빈민의 삶에서 자기정체성을 획득하게 되는 영희는 기층민중의 초상이다. 그리고 그 양쪽 어디에도 편입되기를 거부하고 『두 계급의 모습을 지켜보겠다』며 문학의 길을 택하는 인철은 바로 주변적 중간계급의식의 표상이다. 인철은 바로 작가 이씨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변경」을 다시 고쳐쓰면서, 한국문학에 고집스레 남아 있는 대하소설이란 양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대하는 진지하고 심각한 이야기방식이지만 세계문학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고 말한 이씨는 일본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를 예로 들기도 했다. 이씨는 그래서 다음 작품은 「맨날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방법이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먹힐 수 있도록 그들의 입맛에 맞게 먼저 쓴 다음 한국에서 번역출판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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