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거래 완전 자유화 등 실무협상서 일방적 요구미국정부가 한미투자협정에 투자관련 분쟁시 한국법규정 적용배제, 외환거래 완전자유화, 스크린쿼터제(국산영화상영의무비율) 철폐 등의 불평등한 내용을 규정할 것을 적극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미국측 요구에 대해 상당부분을 양보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져 투자협정이 미국 국익만을 반영한 일방적인 조약으로 맺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3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7월과 지난달 2차례 열린 투자협정 체결을 위한 양측의 실무회의에서 미국측은 국무부의 쌍무투자협정(BITS)기준을 들어 미국기업의 한국투자를 제한하는 모든 규정을 철폐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6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방미기간중 양국간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투자협정을 체결키로 합의했었다.
미국측은 특히 양국간에는 범죄이용 등을 제외한 투자관련 외환거래를 완전자유화하도록 권고했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측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미국으로의 외화반출을 제한할 수 없게 된다』면서 『특히 국제수지를 개선하거나 외환위기를 막기 위한 일시적 외화반출 제한조치도 취할 수 없게 돼 경제운용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양국 기업간에 투자관련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한국내 법원의 재판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국제분쟁조정기구에서 잘잘못을 가리고, 그 결과를 의무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규정도 삽입할 것을 요구했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미국기업들은 국내에서 한국기업과 똑같은 대우를 받게되는 반면, 미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주(州)마다 다른 규정을 적용받게 되기 때문에 명백한 불평등 투자협정』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측은 이와함께 ▲국산영화 상영의무비율조항 ▲방송사 수입프로그램 방영시간 제한 ▲국산잎담배 수매의무 등의 국내제품 사용의무규정도 완전 철폐할 것을 요청했다.
한편 미국은 BITS기준에 따라 온두라스 에콰도르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10여개국과 투자협정을 맺고 있으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미국과 이같은 내용의 투자협정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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