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마지막날인 11일 국회 운영위 국감장에서는 자민련이 「야당」이었다. 공동여당을 자처하는 자민련의원들이 야당보다 더 독하게 대통령비서실, 기획예산위등 피감기관을 몰아세우고 나선 것이다. 가뜩이나 정가에 『총재회담에서 소외된데 대해 자민련의 심사가 불편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던 터라 이날 자민련측의 행태는 더욱 시선을 끌었다.자민련의원들이 유독 중앙인사위설치, 기획예산위와 예산청 통합등 대통령실의 권한 강화여부를 문제삼은 것도 심상치않아 보였다. 야당의원들조차 외면한 최장집(崔章集)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의 사상시비를 거론하며 그의 용퇴를 촉구하는 의원도 있었다. 원내사령탑인 구천서(具天書) 원내총무가 직접 총대를 메고 나섰던 것은 더욱 이례적이었다.
이에대해 자민련측은 『공동여당이지만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해명한다. 『당의 독자성을 살려나가는 전제 위에서 공조도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일리있는 얘기이다. 공동정권의 한 축이면서도 3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당지지도, 끊임없이 일고 있는 당안팎의 정체성논란 등 자민련 의원들의 고충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문제는 일관성이다. 독자적 위상 못지않게 「공동여당」으로서의 정체성도 자민련에겐 중요한 부분일 수 있다. 여당을 자처하면서 정부·국민회의와 따로 노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 많으면 많을 수록 보는 국민은 헷갈리기 마련이다. 김종필(金鍾泌) 총리를 위시해 자민련출신 국무위원들이 즐비하게 앉아있는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중앙인사위 설치문제를 불과 며칠만에 같은 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문제삼는 모습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심심찮게 여야의 경계선에서 벌어지는 줄타기를 보고 적잖은 사람들이 「무늬만 여당」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정당」이라고 비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민련은 귀담아 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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