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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을 바꾸는 사람/문창재 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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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을 바꾸는 사람/문창재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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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속담에 『변호사와 화가는 검은 것을 희게 바꿀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의 권리를 지켜주고 억울함을 풀어주는 변호사의 역할이 마치 색깔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화가와 같다는 비유다. 우리나라에는 『변호사는 허가받은 도둑』이란 속담이 있다. 허가를 얻어 개업하고 있지만 너무 많은 보수를 요구한다는 뜻이다. 변호사들은 이 말이 너무 심하다고 느끼겠지만, 서민의 감정이 잘 나타나 있다고 볼 수 있다.■12일 서울지법에서 내려진 한 판결이 이를 대변해 준다. 10억원대 소송을 이기게 해준 대가로 3억원이 넘는 성공보수를 지불한 시민이 보수가 너무 많다고 법에 호소, 1억7,000만원을 돌려받게 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변호사로부터 사문서 위조 혐의로 고소당해 구속됐던 의뢰인은 대법원 판결로 무죄선고를 받은 뒤 변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1,000만원의 정신적 피해보상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10억원 송사의 부분승소 대가로 3억원을 받아낸 것도 납득할 수 없지만, 법원의 조정으로 50%를 돌려준 것이 분해 의뢰인을 잡아 넣었으니 백을 흑으로 바꾸는 재주라 하겠다. 엊그제 소비자보호원이 발표한 변호사 법률서비스 실태조사 결과도 변호사들의 횡포를 잘 말해준다. 응답자의 72%가 변호사의 법률서비스에 불만을 표시했는데, 과다수임료나 착수금을 환불해주지 않는다는 등 금전관련이 제일 많았다.

■법률고객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소보원은 사건의뢰의 문서계약 의무화, 보수의 적정화, 보수 지급체계 개선, 불만처리 제도 활성화, 법률비용 보험제도 도입 등 개선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변호사 사회의 경쟁체제 확립은 간과하고 있다. 보수체계를 시장자율에 맡기는 선진국과 달리 사업자단체 규정에 맡기는 한 서비스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사시정원을 줄여서는 안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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