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20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새 정부 들어 처음 열린 이번 국감은 신·구 정부의 정책 공과를 동시에 다루었고, 여야의 오랜 대립 끝에 실시된 탓에 정치공방의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여와 야가 달라진 의원들의 처지나, 공동정권내의 두 여당이 사안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장면도 이번 국감의 특징적 현상이었다.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올해에도 여전했다.국회의 장기공전으로 의원들은 감사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어려움이 있었으나 몇가지 뚜렷한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감청·도청문제의 발굴이라든가, 공기업 과다퇴직금의 적나라한 실태, 무기도입과 관련한 국방실책 등을 밝혀낸 것은 국정감사제도의 유용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반면 이번 국감은 총풍사건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정쟁의 무대가 되었으며, 의원의 기초자질을 의심케하는 몸싸움이나 저질발언 등이 어김없이 재연됐다.
정부측에도 문제가 있었다. 불성실한 자료제출을 호소하는 의원들의 불만은 의원들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있었지만, 업무파악도 못한 채 저자세의 땜질답변으로 일관하는 기관장이나 여야의 충돌을 악용한 버티기 사례도 없지 않았다.
지난 88년 부활된 국감은 10년이 흐르는 동안 효율적 정책감사라는 측면에서 제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감무용론이나 폐지론을 제기하는 일부의 주장이 올해도 반복됐다. 국감은 국회의 정부 견제를 위한 실질적이고도 위력적인 장치인 만큼 그 자체를 폐지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이제야 말로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진지한 논의와 점검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현행 국감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중의 하나는 단 20일 사이에 1년간의 정책을 총점검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되도록 많은 감사대상기관을 포함하려다 보니 집중적 심층감사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올해의 경우 16개 상임위가 무려 325개 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였다. 일괄질문에 일괄답변, 중복질문에 서면답변 등의 비능률이나 수감기관의 불성실한 자세 등은 이런 구조 아래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국감 개선책으로 거론중인 방안은 다양하다. 상임위별 연중 감사, 소위중심의 수시 집중감사, 국정조사의 적극 활용 등 보완책은 저마다 타당한 이유가 있다. 국회운영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개혁 차원에서 국감체제의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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