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시설 미비·소방도로 미확보 등 피해 키워/112개 점포 태워 100억대 피해… 소방관 등 4명 死傷12일 새벽 서울 광장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소화시설미비, 소방도로 미확보에다 겨울을 앞두고 전기시설 점검소홀 등 총체적 화재불감증에서 빚어진 것이었다.
불이난 건물은 낡은 목재건물로 2∼3평짜리 가게들이 밀집해 있는 재래시장이어서 나머지 재래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화재안전점검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화재취약성 때문에 보험회사들이 재래시장 입주가게들의 화재보험가입을 거부, 피해보상도 어려울 전망이어서 대책이 시급하다.
이날 0시55분께 종로구 예지동 광장시장내 남2문 옆 장안주단 1층에서 불이 나 한국비단, 평화직물 등 6개 상가 112개 점포(480여평)를 태우고 100억원대(경찰추산 11억원)의 재산피해를 낸 뒤 3시간만에 진화됐다.
이날 불로 장안주단 경비원 엄종섭(嚴鍾燮·60)씨가 숨지고 진화작업을 하던 동대문소방서 채성주(蔡成柱·32)소방교 등 소방관 3명이 부상했다.
불이 나자 소방차 111대와 소방관 460명이 출동, 진화에 나섰으나 혼수전문도매시장으로 포목점과 옷가게가 밀집해 현장 접근이 어려웠던데다 직물이 타면서 유독성 가스를 내뿜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불은 건물내에 자동소화설비(스프링클러)등 자체 소방시설이 거의 없는데다 소방도로마저 막힌 가운데 목조건물에 작은 점포가 빽빽이 들어선 재래시장에서 발생해 속수무책으로 번져 피해가 컸다. 또 불붙은 의류와 천조각들이 바람에 날려 인근 건물로 불씨를 옮겼으나 좁은 소방도로는 가판대들로 막혀 겨우 소방차 5대만 진화에 나서는 등 초기진화에 실패했다.
상인들은 『혼수와 동절기 대목을 맞아 점포당 1억원 정도의 많은 물건이 쌓여 있었다』며 『200여 점포가 100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진화작업이 이날 오전내내 계속돼 청계천 일대 출근길 교통이 큰 혼잡을 빚었으며, 유독성 가스와 검은 연기가 주변 수백m를 뒤덮어 주민과 상인들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
경찰과 소방서측은 장안주단이 69년 지어진 목조건물이어서 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보고 있으나 취객이나 노숙자에 의한 실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다.<이태규·이주훈 기자>이태규·이주훈>
◎‘40년 경비원’ 안타까운 죽음/상인들에 정든 ‘1등 창고지기’/엄종섭씨 끝내 숨진채 발견
광장시장 화재로 장안주단 경비원 엄종섭(嚴鍾燮·60)씨가 12일 정오께 상가내에서 숨진채 발견돼 가족과 상인들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장안주단이 가건물이던 60년대 17살 나이에 경비원으로 고용돼 40여년을 일해온 엄씨는 상인들에게 「1등 창고지기」로 불리었다. 그래서 이날 오전까지 엄씨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자 상인들은 자신들의 피해는 아랑곳 않은채소방관들을 붙잡고 엄씨를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20년째 포목상회를 운영해온 이종진(李鍾鎭·41)씨는 『타오르는 불길 앞에서도 피하지 않고 목숨을 바쳐 상인들의 가게를 지켜주려 했을 것』이라고 눈시울을 붉혔고 조재선(趙載善·36)씨도 『엄씨는 불을 끄다가 죽었지 결코 불을 피하지는 않을 사람』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한편 10여년간 점원생활 끝에 「위성상회」를 개업한지 사흘만에 화재를 당한 남창욱(南昌旭·36)씨는 불타는 가게를 발을 구르며 지켜보다 쓰러지고 말았고, 최옥란(崔鈺蘭·51·윤정상회)씨는 8월 호우로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 창고에 추석대목을 대비해 쌓아둔 1만5,000벌의 한복이 수장돼 3억4,000여만원의 피해를 입은데 이어 석달만에 화마를 당해 망연자실했다.<이주훈·손석민 기자>이주훈·손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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