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 3黨3聲 경제·司正 큰 시각차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여야가 가장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낸 대목은 경제개혁과 정치권 사정 문제였다. 그러나 「총풍(銃風)」 「세풍(稅風)」사건과 고문조작 논란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이 전혀 없거나(자민련, 한나라당), 진상규명 촉구등 원론적 수준(국민회의)에 그쳐 10일 총재회담 이후 정치권의 「화해기류」를 실감케 했다.
우선 사정문제에 대해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 총재대행과 자민련 박태준(朴泰俊) 총재는 「부패와의 전쟁」 「엄정한 수사」를 강조하며 야당의 승복을 주문한 반면 한나라당 조순(趙淳) 명예총재는 『국민의 정부는 보복·편파사정과 인사편중으로 민심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구조조정과 관련, 박총재는 재벌의 구조조정 시한을 이달말로 못박은 뒤 『그때가서도 결론이 나지 않으면 정부가 분명한 원칙을 갖고 재벌구조 혁신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조명예총재는 『정부가 부득이 개입하더라도 그 역할은 기업이 준수해야 할 기준을 설정하는 데 그쳐야 한다』며 기업의 자발적 개혁에 무게를 실었다.
이와함께 새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도 『강력한 개혁을 추진한 결과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조대행, 박총재)와 『낙관론으로 국민을 안심시키기 보다는 현실을 직시하도록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조명예총재)로 엇갈렸다.
여여(與與)간에 미묘한 입장차이를 보인 부분도 있었다. 박총재는 『정치개혁의 시작과 끝은 권력구조의 혁신, 곧 내각책임제의 구현』이라며 내각제 개헌론을 역설했지만 조대행은 아예 언급을 피했다. 이에 조명예총재는 『여권이 먼저 개헌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여여갈등」을 은근히 부채질했다.
또 햇볕정책에 관해서도 조대행은 『정부의 대북정책은 탈냉전의 세계적 조류에 부응, 평화와 협력을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당위성을 부각한 반면 박총재는 『철저한 상호주의 입장에서 제재할 것은 제재하고 풀어줄 것은 풀어줘야 한다』며 햇볕정책을 보완한 「햇볕과 바람론」을 제기했다. 조명예총재는 『햇볕론은 하나의 비전일뿐 전략개념을 담지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유성식 기자>유성식>
◎연설순서 개의직전까지 실랑이
여야는 12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로 한차례 연기된 국회 본회의 개의시간 직전까지 대표연설 순서를 놓고 실랑이를 계속, 한때 「물리적 충돌」까지 예상되는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여야는 「집권여당이 먼저 해야 한다」 「다수당이 우선이다」며 서로 대표연설 1순위를 고집하다 결론이 나지 않자 이날 박준규(朴浚圭) 국회의장등 의장단에 결정을 일임했다. 박의장은 일단 여당의 손을 들어줬으나 한나라당은 오전 10시 의원총회를 소집, 「실력 저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국민회의도 처음엔 『할테면 해보라』는 태도였으나 보다 못한 조세형(趙世衡) 총재대행이 의원총회에서 『순서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며 양보를 선언, 매듭을 풀었다.
한편 이날 박의장은 『의장단과 협의도 없이 개의시간을 변경했다』고 불쾌해하면서 본회의 사회를 거부, 부의장단이 대신 사회봉을 잡았다.<고태성 기자>고태성>
◎한나라당 조순 명예총재/국민통합 등 4大과업 제시
조순 한나라당명예총재는 경제학자답게 정연한 논리와 예시로 정부의 경제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 주목받았다. 특히 90년대를 무자비한 경제전쟁의 「우주시대」로 규정, 새 패러다임 도입과 대책을 주문했다.
그는 4대과업으로 경제와함께 「큰 정치를 통한 국민통합」 「변화와 개혁」 「외교·안보의 실력확보」등을 제시했다. 정치분야는 최근 여야의 화해무드를 의식한듯 「야당파괴」 「편파사정」등 정치쟁점을 용어를 순화, 완곡하게 비판하면서도 장제스(蔣介石) 전 대만총통과 넬슨 만델라 남아공대통령의 예를 들어 「과거 불문, 미래지향적 정치」를 강하게 권유했다. 연설은 『역사는 우리 모두가 영웅이 되기를 바란다』는 「영웅론」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조명예총재는 연설 준비를 위해 한국노총 방문과 함께 기업관계자와 경제전문가, 각 분야의 소장학자들과 수차례 세미나를 했으며, 지난 8일부터 사흘간 주로 자택에서 혼자 집필했다는게 측근의 설명. 이회창 총재는 초고를 보고 『한자도 고칠 필요가 없는 훌륭한 연설문』이라며 극찬했다는 후문이다.<권혁범 기자>권혁범>
◎국민회의 조세형 총재대행/“총재회담 여야승리” 평가
조세형 국민회의 총재대행은 연설문 낭독에 앞서 그동안의 정국파행상을 지적한 뒤, 『청와대 여야 총재회담은 여야 모두의 승리』라는 점을 강조해 이채였다.
조대행은 이어 『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국난에 처하고 국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끼친데 대하여 정치인의 한사람으로 죄송스럽다』며 정치권 책임을 거론하면서 서두를 꺼냈다. 하지만 『희망의 빛이 보입니다』라는 연설문 소제목처럼 조대행은 내년 하반기부터 GDP(국내총생산)성장률이 2% 수준으로 올라가 경기가 회복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조대행은 또 정당명부제를 도입하고 의원 수를 250명 수준으로 조정하는 등 정치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했다.
조대행은 여야 총재회담과 국정감사를 진두지휘하는 바쁜 와중에서도 일찍부터 대표연설문 작성에 상당한 공을 기울였다. 밤 늦게까지 의원회관에 남아 실무진들이 준비한 초안을 검토했으며, 실무진들은 특히 각종 경제수치를 수차례에 걸쳐 확인했다는 후문이다.<김병찬 기자>김병찬>
◎자민련 박태준 총재/내각제 역설,공론화는 유보
박태준 자민련총재는 마지막으로 연단에 올라 담담한 어조로 경제위기 극복방안을 집중 거론한 뒤 권력구조문제에 힘을 실었다. 박총재는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짚은 뒤 『정치개혁의 시작과 끝은 내각제의 구현』이라며 내각제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그는 『경제가 나아질 때까지 당분간 공론화를 유보하자』고 말해 「강도」에 대해 갖가지 해석이 뒤따랐다.
특히 이날 아침 갑자기 박총재의 지시로 「국민의 정부는 …내각제를 지향하는 정부」란 연설문내의 문구를 「…총체적 위기에 처한 나라의 개혁을 실천하는 정부」로 바꿔 궁금증을 배가시켰다. 김종필(金鍾泌) 총리 직계들은 원고를 정리한 송업교(宋業敎) 정책연구실장에게 『내각제 내용을 포함시키라』고 강력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박총재의 측근은 『박총재는 개헌 공론화 유보를 주장해왔으나 결정적 시기가 되면 강하게 내각제를 주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청석에는 부인 장옥자(張玉子) 여사를 비롯 가족들과 소속의원 부인들, 지역구 당직자들이 나와 분위기를 돋웠다.<김광덕 기자>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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