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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곡미술관 ‘90년대 한국미술의 쟁점­매체와 평면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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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곡미술관 ‘90년대 한국미술의 쟁점­매체와 평면展’

입력
1998.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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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와 회화의 충돌,그리고 만남/설치의 확산­신문·사진·비디오 등 이용 가볍고 친근감있게 접근.미술에 대한 고정관념 깨/회화성의 회복­한국적 미감 현대화 시도 등 더욱 회화성으로의 탐닉.서로 장점 수용한 작품 낳기도90년대는 미술과 반(反)미술, 혹은 반(半)미술 간의 대립의 시대였다. 전통회화가 위축되는 동안 전자·인쇄매체를 이용한 매체미술은 설치작업이라는 이름으로 회화를 위협했다. 급기야 설치미술은 싸구려 플라스틱 바가지를 전시장 안에 들여다 놓고 작품이라 말하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과연 90년대는 설치작가들의 치기어린 장난에 「놀아난」 10년이었을까.

90년대를 매체미술과 평면미술의 갈등기로 규정, 이 시기 젊은 미술인들의 성과를 짚어보는 성곡미술관의 「1990년대 한국미술의 쟁점­매체와 평면」전이 6일 개막, 내년1월31일까지 3개월간 전시에 들어갔다(매주 월요일 휴관, 02­737­7650).

본관에서 전시되는 「매체­매체의 확산」전은 신문 잡지 책 사진 영화 비디오 홀로그램 레이저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작업들이 소개된다. 대중매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형식은 가볍고 내용은 친근하다. 그러나 이런 작품들은 전시장 안에서 오히려 더 낯설게 느껴진다. 「미술작품」이란 언제나 종이나 캔버스에 물감으로 그려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작업들은 신선하다. 오경화 육태진 문주 이윰씨의 작품은 단편영화처럼 다가온다. 비디오작업이기 때문이다. 조야한 빛깔의 목욕타월을 마치 미니멀회화처럼 벽에 붙여 놓은 「서울의 때밀이」의 최정화, 스팽글(반짝이)장식으로 회화의 맛을 내는 노상균, 만화캐릭터를 활용한 이동기씨등은 대중문화, 키치(싸구려취향)문화를 전시장 안으로 더욱 대담하게 들여온 케이스이다. 사진의 약진은 90년대 미술의 큰 특징중 하나. 구본창 이강우 고명근씨는 사진설치등을 통해 사진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별관에서 열리는 「평면­회화성의 회복」에는 설치미술의 공세 속에서 오히려 회화성에 더욱 탐닉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나왔다. 최진욱 고낙범 강운 김정욱 정세라 박은영씨는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보는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작품들을 출품했다. 이희중 정종미 김선두씨등은 한국적 화제(畵題)나 재료를 통해 한국적 미감의 현대화를 서두르고 있다. 도윤희 홍승혜 장승택씨의 회화는 독특한 표면처리와 제작기법으로 새로운 추상의 면모를 보여준다.

설치의 대중성을 받아들인 회화, 회화의 수작업의 미덕을 받아들인 진지한 설치작업은 결국 90년대 매체와 평면의 길항(拮抗)이 다양한 이종교배의 미술을 낳았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평면과 매체의 점이지대에 서 있는 작품들과 편물, 의상등을 활용한 여성적 작업방식등 몇몇 부문이 빠지기는 했지만 90년대 우리 젊은 미술의 현황을 단면적으로 살피기에 적절한 전시이다.<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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