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품과 운치넘치는 파티/다찬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품과 운치넘치는 파티/다찬회

입력
1998.11.12 00:00
0 0

◎국화잎 띄운 향긋한 녹차/오색한과와 제철과일을/들기름먹인 한지접시위에/1인당 1만원 내외로 전통과 품격살린 상차림지난 일요일(8일) 저녁 금호미술관에서 열린 한국·오스트리아 문화교류협회 창립모임의 리셉션은 상차림이 별났다. 리셉션이 대개 서양식 뷔페인 것과 달리 녹차를 중심으로 떡 다식 과일을 곁들인 한국식 다과회였는데 상차림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분위기가 기품이 넘쳤다. 단아한 한복차림 부인들이 녹차에 국화꽃잎을 띄워 대접했고 얇은 비단이 덮인 상에는 단풍잎이 군데군데 놓여 운치를 더했다.

빨갛게 물든 나뭇잎에 얹힌 노란 송화다식, 초록빛 차 다식, 분홍빛 오미자 다식, 새까만 흑임자다식 등 예쁘고 고운 한과와 연두빛의 녹차를 즐기며 그 자리의 사람들은 뷔페의 어수선함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그윽한 느낌을 받았다.

이 한국식 다과회는 궁중과 사대부의 차 예법을 연구·보급해온 궁중다례원(02­723­0988)이 준비한 것이다. 궁중다례원 김복일 원장은 『전통다례를 현대에 맞게 생활화하기 위해 한국식 다과회를 생각해냈다』고 설명한다. 궁중다례원은 이를 「다찬회」라 부른다.

다찬회의 특징은 녹차를 중심으로 전통다례의 멋을 살린 데 있다. 그릇은 전통도자기나 들기름 먹인 한지공예를 써야 제격. 상차림에는 계절을 담는다. 봄이면 갑사, 노방 등 얇은 비단천을 깔고 진달래화전을 내놓고 여름이면 까실까실한 모시천에 덩굴장미를 걸치거나 큰 유리그릇이나 넓적한 백자에 꽃잎을 띄워 시원한 분위기를 낸다. 가을에는 단풍과 국화, 겨울이면 매화와 난초로 꾸미고 비단이나 무명천을 깔아 포근하게 한다. 조촐한 다과상이라 음식이 남아 버리는 일도 거의 없다.

김복일 원장은 『가정에서도 약간의 센스만 있으면 아름다운 다찬회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굳이 녹차가 아니래도 좋다. 다구가 없으면 커피나 홍차잔을 써도 되며 계절따라 꽃과 나뭇잎으로 모양을 내라고 일러준다. 궁중다례원 회원인 주부 김인숙(43·서울 도봉구 창동)씨는 며칠 전 일본인 손님이 집에 왔을 때 한국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보랏빛 갑사 보자기를 방바닥에 깔고 그 위에 감 대추 떡 차 은행 다식을 차려 대접했다. 집에 있는 벤저민 나뭇잎으로 모양을 냈고 앉을 자리에는 방석을 놨다. 김씨는 보자기 대신 색깔이 들어간 한지를 써도 좋더라고 일러준다.

김복일 원장은 『일본인들은 외국인을 접대할 때 전통 서화를 내건 차실을 꾸미고 전통의상 차림으로 전통차를 대접해서 자기네 문화를 알리곤 한다』며 『우리 고유의 전통과 품격을 살린 접대방식이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궁중다례원의 다찬회 상차림은 1인당 5,000∼1만2천원까지 4종이 있다.<오미환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