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재벌 회사채 발행 규제후/은행·투신사 운용처 못찾고/대출은 여전히 미미 ‘금리정체’금융시장이 「개점휴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 실세금리지표인 회사채유통수익률은 3일 이후 연 9.50%에서 일주일 이상 묶여오다 11일 겨우 0.1%포인트 올랐다. 기업어음(CP)과 양도성예금증서(CD) 유통수익률은 아예 지난달 27일부터 각각 연 8.06%와 7.70%에서 한번도 움직이질 않고 있다.겉으로보면 「금리안정」 상태지만 실제론 거래부진, 즉 돈이 돌지 않아 생겨난 「금리정체」 현상이란 지적이다.
■한산한 채권시장
회사채든, 국채든 시장에 채권물량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달말 5대재벌 회사채발행이 규제되면서 이달 첫주 4조1,839억원(5대재벌물 3조7,600억원)에 달했던 회사채발행액은 금주 1조537억원(5대재벌물 5,300억원)으로 격감했다. 인수규제대상인 CP도 마찬가지다.
국채도 세출규모가 삭감되면서 발행이 속속 취소되고 있다. 9일 발행예정이던 1조원이 취소된데 이어 내주 6,000억원, 12월 8,000억원등 향후 예정물량은 발행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돈이 남아 고민스러운 금융권
얼마전만해도 시중자금은 투신사들이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이 돈으로 5대재벌 회사채만 골라 사들였다. 지난달 투신사 공사채형수익증권에는 매일 1조원씩 총 23조7,000억원의 돈이 몰렸다.
그러나 5대 재벌물이 줄어들면서 일부 투신사들은 아예 자금유치를 사절하고 있다. 이달 1∼7일중 수익증권증가액은 지난달의 절반수준인 3조5,000억원에 머물고 있다.
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투신사에도 맡길 수 없고, 국채마저 살 수 없게 되자 한국은행의 환매채(RP)가 유일한 운용처가 되고 있다. 투신은 투신대로, 은행은 은행대로 돈이 고여있는 형국이다.
■기업으론 언제쯤 흐를까
금융권에 고인 돈이 실물분야로 흐른다면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정부가 5대 재벌 회사채발행을 규제한 것도 자금흐름의 한쪽 통로(재벌)를 막아놓음으로써 돈이 비재벌쪽으로 흐르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런 징후는 뚜렷치 않다. 한은관계자는 『일부 우량중소기업에 대출이 재개된 것은 확실하지만 5대재벌의 경우 기왕에 회사채발행으로 확보한 돈으로 은행대출을 자진상환하고 한계중소기업들은 여전히 강제회수당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대출 전체로는 순회수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투신사들의 경우 신용등급 BBB급 이상 5대 재벌 회사채가 귀해지자 일부 투신사들이 BB급(우량중견기업) 채권을 서서히 사들이고 있지만 아직은 미미한 정도』라고 말했다.
지금대로라면 금융기관엔 굴릴 곳없는 돈이 너무 많아, 기업은 돈 자체가 없어 고민인 악순환적 상황이 계속될 전망이다. 돈이 흐르고 정체된 금리가 활력을 찾도록 추가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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