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이변이 생겼다. 2,300석 완전매진. 10일 오페라 「카르멘」 공연에서 벌어진 일이다. 93년 오페라하우스 개관 이래 처음인 사건이다. 우리나라 오페라 공연사 반세기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 더구나 초대권을 거의 뿌리지 않고 표를 팔아 그런 결과가 나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오페라는 많은 인원과 무대장치가 필요해 공연하는 데 최소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들지만 어렵게 올려놓아도 손님이 없어 걱정인 게 우리 현실이었음을 생각할 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연담당 기자생활 2년 8개월동안 예술의전당을 숱하게 들락거렸어도 빈 자리가 없어 서서 보기는 처음이었다.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11월 한 달간(5∼29일) 오페라 페스티벌이 벌어지고 있다. 「카르멘」「리골레토」「라보엠」 세 편을 화목·토·일요일 번갈아 총 15회 공연한다. 이중 화요일공연은 입장권 값을 7,000∼3만원으로 다른 날(1만∼6만원)보다 싸게 매겨 많은 사람이 와서 볼 수 있게 했는데 페스티벌 시작 전인 지난달 말로 다음주, 다다음주 표까지 매진됐다. 페스티벌의 첫 1주일이 지난 지금 다른 요일 표도 모두 절반 이상 팔렸다. 어쩌다 공짜표나 생겨야 구경가는 것으로 생각했던 오페라가 돈 내고 표 사서 보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무엇이 이렇게 뒤집어 놓았을까.
그동안 오페라가 너무 비쌌던 탓일까. 사실 3만∼8만원 하는 티켓을 보통사람들이 사기란 힘든 일이다.
또 오페라에 목말랐던 탓도 있을 것이다. IMF의 그늘에 짓눌린 올해, 이번 페스티벌이 있기 전까지 오페라극장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의 큰 무대에 올라간 오페라는 딱 세 편 뿐이다. 오페라 페스티벌은 오페라팬들에겐 가뭄에 빗줄기처럼 시원하다. 무대 완성도 면에서는 작품마다 들쭉날쭉하고 빈 구석도 많지만 어려운 여건에서 이만한 잔치를 치른다는 사실 자체가 대견하다. 오페라는 무대예술의 꽃이다. 잎줄기가 무성해지고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려면 정성껏 물을 주고 가꿔야 한다. 그 일은 무대예술가뿐 아니라 관객의 몫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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