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천민자본주의를 향한 통렬한 비판군부독재 시절 언론인 출신의 반체제학자였던 리영희(李泳禧·69)한양대 정보대학원 대우교수가 4년의 침묵을 깨고 사회비평서 「스핑크스의 코」(까치)를 펴냈다. 95년 봄 정년퇴직하면서 그는 모처럼 「평화로운 시대」에 인생과 자연을 관조하는 삶을 살 요량이었다. 그러나 그가 기대했던 「문민정부」의 시대는 또다른 배신과 절망을 안겨주었다. 이 책은 그같은 심정을 담고 있다.
그는 「종교에 관하여」 「문화에 관하여」 「언론에 관하여」 「민족과 통일에 관하여」등의 주제로 글을 썼다. 그 글들 속에서 관통하는 한결같은 논지는 한국적 천민자본주의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반성이다. 그가 논하는 역대 대통령에 대한 촌평도 정곡을 찌른다. 『리승만은 분열을 일삼은 「잔꾀(巧)」로 망했고 박정희는 힘만을 믿는 「위(威)」때문에 비참한 죽임을 당했다. 전두환은 천하에 무도한 횡포를 부린 「포(暴)」때문에, 노태우는 돈만 챙기는 「탐(貪)」으로 인생을 망쳤다. 김영삼은 머리와 속은 텅 비었으면서도 겉만 꾸미려고 한 「위(僞)」의 삶으로 세상에 얼굴을 들 수 없게 됐다』.
스핑크스의 코는 강한 지배문명에 의해 모두 뭉개졌다는 전설처럼 책의 제목은 우리 현대사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반지성, 반문화, 몽매, 독단 그리고 폭력숭배와 잔인성을 암시하고 있다.<김철훈 기자>김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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