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3인의 여성작가 나란히 장편소설/김형경·함정임·은희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3인의 여성작가 나란히 장편소설/김형경·함정임·은희경

입력
1998.11.11 00:00
0 0

◎묻고… 답하는… ‘30대 여자의 삶’/김형경 ‘피리새는 피리가 없다’­언더그라운드 대중음악계 통해 상업성 물든 스타시스템 들춰내/함정임 ‘행복’­두사람을 동시 사랑할수 있을까.김소진과의 사랑·결혼·사별 회상/은희경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풍자·야유 섞어 사회통념 비웃는 이혼녀 대학교수의 냉소적 사랑김형경(38) 함정임(34) 은희경(39). 90년대 한국문학의 한 줄기를 만들어온 여성작가군에 속하는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장편소설을 냈다. 모든 문학의 귀결점은 인간의 정체성탐구일 것이다. 이들 세 여성작가의 신작도 각자 자기들만의 방식을 통해 90년대말을 살고 있는 30대 여자의 삶이란 어떤 것인가를 묻고, 나름대로 답하고 있다.

김씨의 「피리새는 피리가 없다」(한겨레신문사 발행)는 언더그라운드 대중음악가수들의 세계라는 우리 소설에서는 흔치않은 소재를 다룬다. 대중문화 현상에 대한 소설적 보고서인 셈이다. 주인공은 30대중반의 여자 영숙. 남편과 아이를 둔 평범한 여자인 그가 10여년 전 「솔개바람」이라는 언더그룹의 가수로 일하던 시절을 회상한다. 젊은 시절의 순수한 열정으로 음악을 했던 그녀는 나이트클럽 밤무대에서 일하다 기획자의 눈에 띄어 솔로로 독립, 화려한 대중스타로 커나간다. 그러나 상업논리에 물든 스타시스템의 추악한 실상은 그녀를 나락으로 몰아넣는다. 작가 김씨는 『10여년 전 음악잡지 기자로 일하면서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소설은 작가의 경험으로 생생하다. 김씨는 『우리 사회는 이제 대중문화에 대한 맹목적 열광 아니면 사시적 편견이라는 이중성을 지양해야 한다』고 창작의도를 말했다.

함정임씨의 「행복」(중앙M&B 발행)은 작가의 첫 장편소설. 지난해 서른넷의 나이로 요절한 남편인 소설가 김소진과의 사랑 결혼 그리고 사별을 회상한 이야기다. 「행복」은 소설의 형식이지만 함씨 자신의 수기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편을 그리는 애절한 망부가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결혼생활을 엉망으로 만들어놓았던 또 다른 여자로 인한 갈등, 출판사 편집자이자 소설가로 자신이 만났던 여러 인물들에 대한 생생한 묘사로 문단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함씨는 책 서문에 『한 남자는 두 여자를 똑같이 사랑할 수 있는가-이 질문은 열대여섯 살 이후 아직도 가지고 있고 답할 수 없는 질문』이라고 썼다. 작가는 『「행복」은 소설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문학은 내가 처한 현실보다는 나은 것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이고 있다.

은희경씨의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문학동네 발행)는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첫 장편 「새의 선물」의 속편 격이다. 「새의 선물」의 주인공은 『나는 삶이 내게 별반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에 열두 살에 성장을 멈췄다』고 생각하는 조숙한 소녀 진희. 같은 이름의 주인공 진희는 「마지막 춤은…」에서 30여년이 지난 90년대 말을 살고 있는 이혼녀이자 대학교수이다. 그녀는 이제 『애인이 셋 정도는 되어야 사랑에 대한 냉소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여자다. 진희는 실제 소심한 대학교수 현석, 세 살 연하의 유부남 종태, 전 남편 상현 세 사람을 동시에 사랑한다. 사회적 통념을 비웃는듯한 이런 이야기를 은씨는 특유의 냉소적 문체로, 풍자와 야유를 섞어 그리고 있다.<하종오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