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나와 또르르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어, 어, 저 콩 좀 봐라 쥐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콩, 너는 죽었다「동무 없으면/냇가에 나가서 고기들이랑 놀지/동무 없으면/동무 없으면/동무가 없으면/우리 동네 나 혼자니까/나랑 놀다가/그냥 자지 뭐/소쩍새 소리나 듣다가/그냥 자지 뭐」
김용택(50) 시인이 살고 일하는 전북 임실의 덕암초등학교 마암분교에는 열아홉명의 아이들이 다닌다. 산골마을 아이들에게는 동무가 없을 때가 많다. 그럴 때 그들은 다람쥐 붕어 개구리 소쩍새와 벗한다. 김씨의 표현으로는 혼자서도 「단풍잎처럼 뛰어논다」. 그 아이들을 보며 김씨는 동시를 썼다. 토요일마다 하는 글쓰기 공부시간에 선생님인 김씨도 아이들이 쓰는 공책에 동시를 썼다. 그가 새로 낸 책 「콩, 너는 죽었다」(실천문학사 발행)는 그렇게 그가 3년여 쓴 동시를 모은 것이다.
「우리 학교」「우리 집」「할머니」「자연」의 4부로 나뉘어진 시집에 실린 동시 68편은 학교와 집을 오가며, 따뜻한 가족과 자연의 품에서 티없이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동시를 쓰는 김씨의 마음은 그대로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마음을 따라간다. 농촌현실은 그의 동심에 잡히면 한 폭의 슬픈 그림이 된다. 「하루종일 비가 서 있고/하루종일 나무가 서 있고/하루종일 산이 서 있고/하루종일 옥수수가 서 있고//하루종일 우리 아빠 누워서 자네」(「비오는 날」전문).
『글을 쓰면서 아이들 글을 보고 내 글을 보면, 내 글이 항상 아이들 글보다 못했습니다』고 말한 김씨는 『그래서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아이들이 내게 가르쳐준 동시』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시심의 스승인 마암분교 아이들이 쓴 동시들도 모아 곧 한 권의 책으로 묶을 생각이다.<하종오 기자>하종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