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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감독은 파리 목숨?

입력
1998.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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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이상 촬영 마친 ‘산전수전’/日 원작 베끼기 거부 김세겸 감독/제작사서 전격교체 “이럴수가…”제작자가 60% 이상을 촬영한 감독을 갑자기 교체했다. 태원엔터테인먼트(대표 정태원)는 지난달 말 「산전수전」의 감독을 김세겸에서 구임서로 바꿨다. 그가 쓴 시나리오도 모두 고쳐버렸다. 그리고는 9일부터 극히 일부분을 제외하고 새로 촬영을 시작했다. 「산전수전」은 일본 야구치 시노부(矢口史靖) 감독의 저예산 실험영화 「비밀의 화원」이 원전으로 5억원이 든 돈가방의 행방을 찾는 한 여성의 모험을 그린다. 김세겸 감독은 「단순한 인생이 행복하다」는 주제는 살리되 스타일은 상업성을 가미한 우리식으로 바꾸었다. 물론 제작사도 동의해 8월25일부터 촬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중간편집과정을 본 정대표가 갑자기 『재미 없다』며 원본을 그대로 옮기자고 요구했다. 흥행에 목숨을 건 제작사로서는 어쩔수 없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감독은 거부했다. 그는 『원작을 그대로 베끼려면 감독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 감독이 기능인인가. 재미 없다는 판단도 너무 단편적이다. 토막토막을 보고 내린 결론이며, 나나 스태프의 생각은 다르다』고 했다. 「홀리데이 인 서울」「올가미」의 조연출을 거쳐 이 작품으로 데뷔하려던 그로서는 엄청난 상처를 입은 셈이다.

흥행을 중시하는 제작사와, 완성도와 자기색깔을 지키려는 감독의 갈등은 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사전에 조율을 해 마찰을 피하거나, 가능하면 감독생각을 존중해 준다. 「산전수전」처럼 거의 완성단계에서 일본영화를 그대로 베끼라는 제안을 거부한 감독을 교체하는 것은 국내에선 유례가 없는 일. 이와는 조금 다르지만 CK픽처스도 「어게인」촬영을 앞두고 시나리오까지 직접 쓴 이승안 감독을 송해성으로 바꾸어 버렸다. 신인감독은 이래저래 파리목숨이다.<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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