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도 정국운영능력 상실/일부선 정변說까지 대두러시아에 찬바람이 불면 항상 정변설이 나돈다. 하지만 올해의 정변설은 예전과 다르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67)의 건강악화로 권력의 진공이 생기며 정국은 표류하고 경제악화는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겨울나기 고통은 어느 해보다 심하다. 서방 언론들은 2000년 6월 대선을 1년7개월이나 앞둔 요즘 옐친의 실각과 러시아 조기대선 가능성을 점치며 유력한 대권 후보까지 거론하는 등 러시아의 총체적 위기를 집중 보도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흑해의 휴양지 소치로 요양을 갔다 9일 모스크바로 돌아온 옐친은 건강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이미 중환자 상태에 빠져 있다. 옐친은 최근 국정 대부분을 프리마코프 총리에 넘기고 개헌문제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지만 문제는 프리마코프 총리나 공산당 주도의 의회가 정국위기 타개 능력이 전혀 없다는 데 있다.
현재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옐친의 병사나 정국혼란으로 인한 조기대선 실시와 정변에 의한 정권교체, 예정대로 대선을 실시하는 것 등이다. 그동안 옐친이 임기를 채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악화하고 있는 경제문제로 조기대선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다.
『서방이 돈을 주지 않으면 총을 쏘겠다』는 한 은행가의 말은 러시아 경제상황을 단적으로 설명해 준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서방은 건전한 경제계획을 수립하기 전 지원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50% 이상의 직장인이 월급을, 대부분의 국민들은 연금을 오랫동안 수령하지 못했다. 정부발표 실업률만 10%를 넘어섰고 최근 3개월사이에 생필품가격이 50%나 치솟았다. 여기에 40년만에 최악의 흉작을 맞고 있다.<배국남 기자>배국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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