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소녀를 죽였나”/미성년 뻔히 알면서 윤락 강요/악덕고용주 처벌 경찰도 소홀/‘영계’ 술시중 즐기는 사회 책임윤락가에서 접대부 생활을 강요당하면서 얻은 병으로 사경을 헤매던 백모(17)양 (본보 11월5일자 23면)이 입원한지 9일만에 끝내 숨졌다.
『사망원인이 밝혀진다고 악덕업주가 사라지겠습니까. 또 어린애를 고용하는 업소와 그 업소를 찾는 사람들이 없어지겠습니까. 사회 전체가 반성해야 합니다』 9일 가출한지 1년반만에 만난 딸의 싸늘한 주검앞에서 아버지 백모(45)씨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고려대안암병원에 입원해 8일 오후8시30분께 숨진 백양이 앓던 질병은 「전격성 간염」. 백양 담당의사는 『사망률이 높은 희귀한 불치병』이라며 『바이러스나 약물중독이 원인이지만 과로와 과음이 병세를 악화시켰을 것』고 말했다.
죽기전 딸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백씨는 이날 여러차례 가슴을 쓸어내렸다. 백양은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동안 하루에 두시간씩은 정신이 깨어났다. 지난달 31일 오후 잠시 기력을 회복해 병원비를 걱정하던 백양은 『그동안 번 돈 1,500여만원을 업주 김모(51·여)씨가 갖고 있다고 얘기했다』고 백씨는 전했다. 백씨는 『딸이 병원에 입원하기 바로 전날밤까지도 일을 했던 것 같다』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백양은 1일과 2일에도 깨어나 『경찰에 신고해 나쁜 짓을 한 사람은 처벌받도록 하자』는 아버지의 설득에 『여기서는 안되고 부산에 내려가면 모든 것을 얘기하겠다』고 겁에 질려 입을 열지 못했다는 것이다. 백씨는 『딸이 정신이 났을 때 낯선 남자를 보면 겁에 질려 몸을 움츠렸다』고 덧붙였다. 백씨는 또 이날 『딸을 데리고 있던 업주를 경찰이 붙잡았지만 관내가 아니라고 돌려보냈다』는 경찰 감찰결과를 듣고는 『딸이 정신이 깨어날 때 진술을 받으러 오라고 연락을 했지만 경찰은 한번도 오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백양이 그동안 일을 한 곳은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속칭 「미아리텍사스촌」. 사창가로 유명한 이곳엔 가출한 많은 10대 소녀들이 끌려오거나 속아서 일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김모(22·여)씨는 『하루에 보통 3∼4명의 손님을 받아야 하고 아파서 일을 못하면 일당을 못받고 식비 등 빚을 지게된다』며 『그래서 웬만큼 아프거나 피로해도 진통제나 각성제로 버틴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10대를 찾는 손님들이 많아 경찰단속에도 불구하고 업주들은 미성년자를 고용한다』며 『미성년자들은 일단 속아 오게되면 감시가 심해 빠져나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김동국 기자>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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