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병원 세슘·이리듐… 장시간 인체 노출땐 치명적/은백색의 막대모양/암치료에 주로 사용병원내에 보관중인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가 대량으로 도난당했다. 이 동위원소들은 보호용기에 들어있지 않은 상태여서 인체가 가까이에서 노출될 경우 방사능 피해가 우려된다.
과학기술부와 서울 노원경찰서는 9일 노원구 공릉2동 한국원자력병원 내에 보관하던 세슘(Cs137) 선원(線源) 17개와 이리듐(Ir192) 선원 292개 등 모두 309개의 방사성 동위원소와 이들을 넣어 사용하는 치료도구인 어플리케이터 6세트등 모두 5,600여만원어치를 도난당했다고 밝혔다.
병원직원 지영훈(池永勳·42)씨는 『오전10시께 지하1층 동위원소 저장실에 가보니 출입문 자물쇠가 쇠톱으로 절단돼 있고 납으로 된 이동용 용기에 보관중이던 동위원소가 모두 없어졌다』고 말했다. 병원측은 지씨의 연락을 받고 8층건물 전체를 탐색기 10대로 정밀수색했으나 동위원소를 발견하지 못했다.
자궁암 치료용인 세슘은 굵기 5㎜, 길이 20㎜의 성냥개비 절반크기며, 구강암 등의 치료에 사용되는 이리듐은 굵기 0.5㎜, 길이 3㎜로 모두 은백색의 원통형 막대모양을 하고 있다.
이들 도난된 동위원소 가운데는 이미 사용돼 방사능 방출량이 미약한 이리듐 폐기선원 280개가 포함돼 있으나 나머지 이리듐 12개와 세슘 17개 등 모두 29개의 동위원소는 강력한 감마선을 방출하고 있어 손으로 만지거나 몸 가까이에만 두어도 피부궤양과 종양이 발생하며 장시간 노출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경찰은 범인이 지문 등 단서를 전혀 남기지 않았고 최근 병원마다 고가의 동위원소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온 사실 등으로 미뤄 병원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가 음성적으로 유통시키기 위해 훔친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이와 함께 치료비가 없는 암환자가족이 자가치료용으로 훔쳤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원자력병원측이 88년에도 세슘 10개를 분실한 적이 있는데도 동위원소 저장실에 자동경보장치나 폐쇄회로TV조차 설치하지 않았으며, 사용한 동위원소 폐기물도 특수저장함이 아닌 이동용 저장함에 넣어두는 등 허술하게 관리해온 사실을 확인하고 병원관계자들을 불러 이 부분에 대해서도 추궁하고 있다.
한편 과기부 관계자는 『도난된 29개의 동위원소를 한꺼번에 몸에 소지했을 경우 방사능 피폭량이 반(半) 치사량 600Sv(시버트)의 4배에 달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며 『습득한 사람은 함부로 만지거나 버리지말고 경찰 등에 즉시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이태규·손석민 기자>이태규·손석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