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司正 대상 의원 “타협하라”여야 총재회담이 불발된 9일,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표정에는 특유의 강기(剛氣)와 아쉬움이 동시에 교차했다. 회담이 연기되는 한이 있어도 짚을 문제는 반드시 짚어야 한다는 「원칙」에 대한 집착, 그러면서도 자신을 「피난처」로 삼고 있는 여러 의원들을 위해 조속히 회담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다.
이총재는 8일 저녁 박희태(朴熺太) 총무가 마련한 회담 합의문 초안에 「총풍(銃風)」사건 「보복·편파사정」 「고문및 불법감청」 관련 대목을 손수 추가함으로써 그가 이번 회담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첨예한 쟁점 현안에 관한 야당의 입장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면전에서 당당히 밝히고 다짐받을 것은 다짐을 받아 정국의 한축인 본인과 야당의 실체를 인정받겠다는 것이다. 여기엔 『이번에 어정쩡하게 넘어가면 또 당할 수도 있다』 『여권핵심부는 이총재를 상호보완적 국정파트너가 아닌, 넘어뜨려야 할 적으로 삼고 있다』는 여권에 대한 원천적 의구심이 깔려 있다.
그러나 당내 사정대상 의원들을 중심으로 가중되고 있는 조기 정국정상화 압력은 그에게 적정 수준의 「타협」을 요구하고 있다. 검찰의 소환요구를 받고 있는 한 중진은 최근 『이렇게 계속 고집만 세운다면 총재로부터 등을 돌릴 수도 있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경제청문회에 대한 절충시도는 YS와 민주계측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자칫 경제청문회에 완강히 저항해온 상도동과 민주계가 이총재의 「저의」를 의심하는 사태로 이르면 괜한 내분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처럼 「외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는 이총재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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