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신화 「바리데기」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대단히 역동적인 드라마다. 바리데기는 딸이라는 이유로 버림받지만 부모가 병들어 죽게 되자 온갖 고난과 희생을 치른 끝에 저승의 약물을 구해다 살려내는 효녀다. 그 권능으로 무당의 시조가 된다. 바리데기이야기는 이승과 저승을 오간 신화적 영웅의 무용담인 셈이다.국립발레단의 창작발레 「바리」(6∼8일 국립극장 대극장)는 이러한 한국적 소재를 발레라는 서양예술 장르를 빌려 무대화한 의욕적인 시도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많은 결함이 드러나 아쉬움이 컸다. 이건용의 음악은 원초적 색채와 생동감이 풍부했다. 반복이 많아 다소 밋밋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의 첫번째 발레음악으로는 수준작이라 하겠다. 문제는 대본(박용구)과 안무(최태지). 16개나 되는 장면을 나열하다 보니 줄거리를 따라가느라 바빠 정작 가장 중요한 춤이 희생됐다. 바리데기신화의 감동은 버림받은 자가 버린 자를 구원하는 데 있다. 그런데 대본은 구조적 긴밀함이 빠진채 군더더기가 많아 극적인 힘을 떨어뜨렸다.
대본의 한계에 갇힌 춤은 산적의 군무 정도가 눈에 띄었을 뿐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해 무용수들의 뛰어난 기량이 오히려 안타까웠다. 많은 걸작들이 초연 당시 실패했다. 좀 더 다듬어진 「바리」를 기대한다.<오미환 기자>오미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