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복지기관 1,300여곳 중에서/대개 관찰관이 대상자 고려 결정/의정부·고양 수해복구때 큰힘 되기도「장애인수발, 전화요금청구서 발송, 동물보호 등에서 수해복구까지」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사람들의 강제 봉사 영역은 그야말로 다양하다. 법원이 판결을 내리면서 봉사영역을 지정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개 법원은 사회봉사 시간만 정하고 보호관찰소의 보호관찰관이 대상의 성별 나이 건강상태 직업 경력 지역적 특성 등을 감안해 사회봉사 분야와 시설을 정한다.
봉사명령이 집행되는 사회봉사시설은 보호관찰소가 예산부족으로 인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공공기관, 자원봉사자가 거의 없는 복지시설 등을 직권으로 지정하게 되는데 현재 전국에 걸쳐 1,300여곳에 이른다.
사회봉사명령은 무의탁노인요양시설, 지체장애인수용시설, 고아원, 시립병원 등 복지기관이나 공공시설에서의 봉사활동이 주를 이룬다.
운전면허를 불법으로 발급받아 8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받고 2일부터 이를 이행하고 있는 탤런트 이승연(30·여)씨의 경우 요즘 장애아동재활시설인 서울 종로구 「라파엘의 집」에서 평생 겪어보지 못한 일들에 묻혀 눈코뜰 새 없다. 오전 9시부터 하루 8시간동안 장애아의 목욕과 식사 보조, 주방 및 화장실 청소, 세탁 등 장애아들을 수발드는 일을 한다. 잠시 쉴 틈이라곤 점심을 먹는 동안 뿐. 시설 내부가 탁 트여 한 순간이라도 손발의 움직임이 느려질라치면 18명의 장애아 교사들이 가차없이 여기저기서 일을 시켜댄다. 『고생을 해본적이 별로 없어서인지 봉사활동 시작 3일만에 몸살이 나고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시설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복지시설 봉사는 거의 비슷한 일이 맡겨지지만 남자들의 경우에는 시설보수 등 육체적으로 더 힘든 일이 주어진다.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한총련 학생들도 라파엘의 집을 거쳐갔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지만씨도 이같은 복지시설에서 시설청소 등을 하며 히로뽕 투약에 대한 「대가」를 치뤘다.
올 4월께 대마관리법 위반혐의로 봉사명령을 받은 연예인 유퉁(본명 유순)씨는 「직업적 특성」이 감안돼 경기 동두천 노인복지시설에서 50시간 동안 노래와 춤으로 노인들을 즐겁게 해주어야 했다.
지난해 음주운전 「3진아웃」으로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탤런트 임현식씨는 서울 중랑천에 장화를 신고들어가 오물을 수거하는 일과 함께 도로교통법 위반죄라는 점이 고려돼 성동구 화양동 도로변 청소에 투입됐다.
국립공원 관리, 지하철역과 철도역사 청소, 고속도로변 쓰레기 수거, 벼베기, 폐기물소각로 청소, 전화요금통지서 발송, 시립병원의 환자간병, 공동묘지의 환경정리 등도 봉사명령 대상자에게 주어지는데 「봉사 강도」가 다소 차이는 있으나 결코 녹록한 「벌」은 아니다.
경기 구리시 폐기물적환장의 경우 소각로청소로 대상자들에게 「죄값」을 치루게 한다.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폐기물 소각로에 찬물을 끼얹어 열기를 내린뒤 소각기 내부에 붙은 재를 빼낸뒤 청소된 소각로에 다시 폐기물을 소각하는 일을 하다보면 이들은 진땀과 재가 뒤엉켜 검댕투성이가 되기 일쑤다.
지역적 특성과 시의에 맞춰 봉사명령 대상자들이 대거 동원되기도 한다. 집중호우가 쏟아진 7∼8월에는 수해피해 지역인 의정부와 고양 일원에서 제방복구, 축대정비, 토사제거 등 궂은 일이 맡겨졌다. 경북청송 지역에서는 사과의 명산지답게 대상자들이 사과따기로 봉사명령을 이행하고 문화재가 많은 경주에서는 천마총 등의 청소관리와 자연보호활동으로 죄값을 대신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일반형사범보다 사회봉사명령이행자들의 재범률이 현저히 낮을 뿐만아니라 이들의 「강제 봉사」 덕택에 막대한 예산절감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이진동 기자>이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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